고용주, 정규직化-해고 고심...비정규직, 해고 불안

비정규직 고용기간 2년 제한 규정의 발효 첫날인 1일 전국의 각 사업장은 '정규직 전환'과 '계약해지' 사이를 오가며 일대 혼란에 휩싸였다.

기간제법(기간제 근로자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고용 2년이 된 비정규직(기간제) 근로자가 잇따라 해고되면서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비정규직들은 실직 우려로 온종일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중소기업과 기관 등도 2년 이상 계속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해고 통보냐, 정규직 전환이냐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 비정규직 잇딴 해고…실직 불안 가중 = 노동부에 따르면 이날 전국 사업장에서 고용기간이 2년째 되는 28명의 비정규직이 해고당한 것으로 잠정 파악되는 등 실직 사태가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부 산하 각 지방노동청에 보고되지 않은 채 이날 해고당한 비정규직 근로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KBS는 비정규직 가운데 지난달 30일 자로 계약 기간이 만료된 18명 중 6명의 계약을 해지했고 울산 남구의 한 중소기업은 이달 중 2년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12명의 기간제 근로자를 해고하기로 했다.

많은 비정규직 근로자는 실직 불안을 호소하는 동시에 비정규직 근로자도 정규직이 되는 합법적인 길을 마련해주든가, 문제의 비정규직법이 아예 폐지되길 기대했다.

8월이면 2년의 근로계약이 끝나는 조선부품업체의 한 기간제 여성 근로자는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전에 계약으로 입사했는데 법 시행 이후 2년이 지나 다음달 계약이 끝난다"며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좋겠지만 법적 보장이 안 돼 갑갑하다"고 말했다.

하청업체 소속 직원 신분으로 일정 기간 계약을 맺고 대기업에 근무 중인 근로자들도 최근 비정규직과 관련한 사회 흐름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경기도에 있는 한 LCD 업체의 비정규직 노조는 "1일로 근무기간이 2년을 넘게 되는 기간제 비정규직 근로자가 200여명에 이른다"며 "이들은 아직 계약해지 통보를 받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 사업주, 비정규직 처리 '고심 또 고심' = 비정규직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고용주 측도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만한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007년부터 미리 정규직 전환을 추진해 온 대기업과 달리 300인 이하 중소기업들은 직종에 따라 숙련근로자의 계속 고용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경기침체로 정규직 전환보다는 해고를 선택해야 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단순 업무에 종사하거나 계절적인 수요로 일시적으로 채용된 상황이라 대다수 중소기업은 쉽게 해고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분석이 현재로서는 대세다.

울산지역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기간제나 파견제 근로자를 2년간 고용한 뒤 내보내고 다른 근로자를 채용해야 하는 바람에 시간과 비용도 이중으로 든다"며 "일 잘하고 능력이 있는 비정규직은 정규직화해서 고용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인건비 부담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음에도 근로 기간이 한정된 만큼 업무의 연속성이 없고 소속감과 책임감이 낮아 이번 기회에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고려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230여명의 직원 가운데 180여명이 비정규직인 인천지역의 한 대형마트는 계약기간 2년이 지난 비정규직 가운데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정규직으로 바꿔준다는 방침을 세웠다.

(서울연합뉴스) 국기헌 기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