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가전 분야 글로벌 기업인 필립스의 한국 내 최대 경쟁자는 누굴까. 정답은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와 같은 국내 대형마트들이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들을 시중 가격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내놓으면서 필립스의 시장을 갉아먹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자주 사용하지 않거나 수명이 짧은 제품들을 중심으로 대형마트의 PB(자체 상표)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특히 여름철 대형마트의 미끼상품으로 자주 등장하는 선풍기는 에어컨 수요를 움직일 만큼 시장 지배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의 PB 가전제품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품질이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겨냥한 제품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브랜드를 달고 나오는 가전제품의 종류는 백여종에 달한다.

이마트는 '플러스메이트'라는 자체 브랜드를 단 선풍기,믹서기,다리미 등을 판매하고 있다. 선풍기의 구색이 다양하다. 일반용,벽걸이용,탁상용,키높이용 등 30여종의 제품이 나와 있다. 가장 수요가 많은 일반용 선풍기는 3만~6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3만1000원 가격표가 붙어 있는 '플러스메이트 3915 좌석용 선풍기'가 베스트셀러다. 크기가 작은 탁상용 제품은 2만~3만원이면 살 수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에어컨이 있는 집도 전기료가 걱정스러워 별도로 선풍기를 장만한다"며 "PB 선풍기는 매년 수요가 꾸준한 스테디셀러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다리미는 건식 다리미와 스팀 다리미로 나뉘며 총 5종의 제품이 나와 있다. 제일 저렴한 제품인 '플러스메이트 건식다리미(EDI-8A)'는 1만2800원에 팔리고 있다. 스팀다리미도 4만~9만원 선으로 10만원이 넘는 수입 다리미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홈플러스는 전화기,마우스,가스레인지,선풍기,청소기 등 120종류의 가전제품을 자체 상표를 부착해 판매하고 있다. 유선전화기는 9900원짜리부터 나와 있다. 가장 가격이 비싼 제품이 2만원대 중반이다.

전기주전자는 1만~4만원 선이다. 디자인이 미려한 제품일수록 가격이 비싸다. 생선구이용 전기 프라이팬이나 전기그릴 등도 홈플러스 브랜드 제품이 있다. 가격은 3만~6만원대.IT PB 중에는 가격이 아닌 품질에 소구하는 제품들도 다양하다. 시중 가격의 두 배 수준인 1만9900원을 받는 무선 광마우스가 대표적인 예다.

롯데마트도 헤어드라이어,다리미,CD 카세트,리모컨 등에 '해피바이'와 같은 자체 브랜드를 부착해 판매하고 있다. 과거 대기업들의 '캐시카우'였던 CD 카세트는 할인점 PB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 상태다. 라디오 기능을 갖춘 '해피바이 CD 카세트'의 롯데마트 가격은 4만4800원이다. 카세트 테이프만 재생할 수 있는 제품은 CD를 지원하는 제품의 절반 수준인 2만4800원에 살 수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주부들이 아이들에게 동요를 틀어주기 위한 용도로 대형마트 CD 카세트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내놓은 TV를 켜고 끌 수 있는 리모컨도 인기 상품으로 꼽힌다. 기존 리모컨이 파손됐을 때 할인점에서 대체품을 구할 수 있다는 게 롯데마트 측 설명이다. 가격은 5000~9000원 선.

크기가 작은 노트북 키보드에 불편함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데스크톱용 USB 키보드도 스테디셀러다. 1만원 이하의 저가 제품부터 2만원 선의 고가 제품까지 구색이 다양하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