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물에는 최장수명이란 게 있다. 의학적으로 살 수 있는 한계,즉 천수(天壽)다. 사람과 가장 친밀한 동물인 개는 15년,코끼리는 70년,앵무새는 90년,거북이는 200년이다. 인간의 최장수명은 120년으로 돼 있다. 보통 의학계에선 평균수명을 최장수명의 85%까지 늘릴 수 있는 것으로 본다. 몸에 좋다는 약을 먹으며 온갖 노력을 해도 인간은 평균 100년 안팎까지 밖에 살 수 없다는 의미다.

물론 예외는 있다. 현재 카자흐스탄에 거주하는 도소바 할머니는 구 소련시대에 발급된 여권에 1879년 3월27일생으로 기록돼 있으니 만 130세를 넘었다. 출생신고서가 없어 기네스북에 등재되지 않았지만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1894~1917년 재위)를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프랑스의 잔 칼맹 할머니도 1875년 2월21일에 태어나 122년 동안 생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외손자보다도 37년이나 더 살았다고 하니 대단한 생명력이다.

인간이 영생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늙기 때문이다. 의학에서 노화는 세포 재생 속도가 손상 속도보다 느려지면서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뜻한다. 젊었을 때는 세포의 재생속도가 워낙 빨라 늙지 않지만 나이가 들면서 역전된다. 손상속도가 재생속도를 앞지르기 시작하는 시기는 개인별로 다르다. 사람마다 늙는 시점이 다른 까닭이다.

외향적 · 적극적 성격을 가진 사람이 내향적 · 소극적 성격 소유자보다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를 미국 로체스터대병원 심신연구소가 최근 발표했다. 외향적인 성격일수록 혈액 내 염증 유도물질인 '인터류킨-6'의 농도가 옅어 동맥경화 심장마비 뇌졸중 등 을 일으킬 확률이 현저히 낮고 스트레스로 인한 세포 손상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적극적인 생각과 행동이 장수의 조건인 셈이다.

의학적 연구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매사에 소극적이고 투덜대는 것보다 문제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해결하려는 자세를 갖는 게 좋다는 것은 당연하다. 도소바,칼맹 할머니도 공통적으로 긍정적이고 낙천적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좌절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맞서라.그게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인생에 성공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