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친환경 제품 전시회인 국제환경기술전에 다녀왔습니다. 아반떼와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카가 전시돼 있더군요.

현대차는 어제부터 전국 영업소에서 이 양산형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의 사전계약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국산 하이브리드카 시대가 본격 막을 연 셈입니다.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내외관 면에서 종전 아반떼와 차이가 있습니다. 두 줄짜리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만 봐도 확연하죠. 전조등도 달라졌습니다. 실내 자동변속기 박스엔 일반 세단에는 없는 'E 모드'가 추가돼 있습니다.

현대차는 다음 달 8일부터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를 정식 판매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2010년형 아반떼(가솔린 모델)도 내놓을 계획인데,외형 면에서 구형 모델과도 적지 않게 달라진다고 합니다. 마이너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당초 예상보다 다소 높아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일선 영업점에선 2000만원대 중반 이상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국제환경기술전에서 본 기아차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의 창문은 검은 색으로 선팅 처리돼 있었습니다.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와 차별화하기 위해 실내 업그레이드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반떼와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를 한 자리에서 비교해 보니,외관 면에선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가 한 수 위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는 8월부터 정식 판매됩니다. 사전계약은 7월 초중순부터구요.

두 모델의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같습니다. 현대·기아차 연구소가 통합돼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연비가 똑같지요.

올 초만 해도 현대·기아차가 준중형 LPI 하이브리드의 연비를 17.2㎞/ℓ라고 밝혔는데,최근 17.8㎞/ℓ로 높였습니다. 수 개월동안 약 3.5%의 연비개선 효과를 낸 것입니다. (현대·기아차의 LPI 하이브리드카는 가격이 낮은 액화석유가스(LPG)를 기본 연료로 사용하긴 하지만,연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연구진들이 차량 무게를 몇 g이라도 줄이려고 얼마나 노력했을지 짐작이 갑니다.)

정부도 하이브리드카 시대의 개막을 맞아 다음 달부터 감세 혜택을 주기로 했습니다. 최대 310만원까지입니다.

개별소비세 100만원과 교육세 30만원,취득세 40만원,등록세 100만원을 각각 깎아주고,최대 200만원의 공채 매입비용을 면제해주기로 했지요. 공채 매입 후 할인율 20%를 적용할 때 40만원의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셈입니다.

이를 다 더하면 310만원이 나옵니다. 이같은 세제 혜택은 2012년 말까지 계속됩니다.

다만 종전 내연 엔진만을 탑재한 차량 대비,연비가 평균 1.5배 높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습니다.

즉 배기량 1000~1600㏄ 차량(휘발유 기준) 연비가 20.6㎞/ℓ,1600~2000㏄가 16.8㎞/ℓ,2000㏄ 이상이 14.0㎞/ℓ에 미달할 경우 혜택을 아예 주지 않기로 했지요.

이는 일본산 렉서스 하이브리드카를 겨냥한 전략적 선택입니다.

예컨대 모든 하이브리드카에 감세 혜택을 주면,8400만원짜리 GS450h(배기량 3500cc) 역시 똑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연비가 12.7㎞/ℓ에 불과한데도 말이지요. (아무리 국민 세금을 활용한다지만,세제 면에서 한국과 타국을 명시적으로 차별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때문입니다.)

일본차가 본격적으로 감세 혜택의 수혜를 받는 시기는 올 10월부터가 될 것 같습니다. 그때 도요타가 제3세대 프리우스와 캠리 하이브리드를 팔기 시작하니까요.

그렇다면 아반떼·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는 잘 팔릴까요?

소비자 관심은 무척 높은 것 같습니다. 가격이 싼 LPG 차를 찾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는데,하이브리드카 형태로 나오면서 연비까지 높으니 더욱 그렇겠지요. 다소 망설이던 부분은 '가격'일텐데,정부의 세제혜택 덕분에 상당부분 문턱이 낮아졌습니다.

문제는 현대·기아차의 내부 사정입니다. 아반떼·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를 팔면 팔수록 손해보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현대·기아차는 이들 양산형 하이브리드카의 생산을 내년까지 3만대로 제한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아반떼 일반 세단은 평시 매달 1만대 안팎 팔립니다.)

세계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도요타 역시 1997년 제1세대 프리우스를 내놓은 후 10여년간 하이브리드카 부문에서 흑자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제 막 양산을 시작한 현대·기아차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준까지 원가를 낮추는 것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차가 아반떼·포르테 LPI 하이브리드카를 당초 계획(올 10월)보다도 앞당겨 출시하는 것은,친환경차 이미지 선점을 노린 포석입니다. 차량 판매에 따른 수익보다 '광고 효과'가 훨씬 클 것이란 계산입니다.

도요타 하이브리드카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정부에서 압박한 부분도 없지 않구요.

아반떼·포르테 LPI 하이브리드의 주문이 초기에 쏟아진다면,다른 어떤 차보다 출고 적체가 심할 수도 있습니다.

☞ 조재길 기자의 '자동차 세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