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쌀ㆍ비료 5억弗 지원땐 임금 낮출수도"
북한이 5억달러 규모의 쌀과 비료 등을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면 월 300달러로 제시한 임금요구안 등을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우리 측에 전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북한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1일 2차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끝난 직후 개성공단 관리 당국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의 한 관계자는 우리 측 인사에게 "남측이 '통큰 정치'를 보여 주었으면 한다"며 "인도적 차원에서 5억달러 상당의 지원을 원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앞으로 3,4차 북남 당사국 간 회담이 계속 열릴 텐데 남측이 얼마나 성의 있는 답변을 들고 나오느냐에 따라 개성공단 노동자 임금과 토지임대료 등의 내용이 바뀔 수 있다"고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말을 전한 우리 측 관계자는 "북한 총국 관계자가 '인도적 차원'이란 말을 분명히 했으며 이로 미뤄볼 때 남측으로부터 쌀 · 비료 등을 얻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고 추정했다. 5억달러 상당의 쌀·비료를 지원하면 임금 등은 조정할 수 있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측이 그 같은 물밑 제안을 했다는 사실은 처음부터 북측이 협상용으로 무리한 제안을 내놓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회담에서 △북측 근로자 임금 4배 인상(75달러→300달러) △토지임대료 31배 인상(1600만달러→5억달러) △토지사용료 부과(평당 5~10달러 신설) 등을 요구했었다.

한 전문가는 "북측이 쌀과 비료를 받지 못해 입은 손실은 매년 2억~3억달러인 데 비해 개성공단에서 얻는 임금 소득은 3352만달러 정도란 현실을 감안할 때 북측이 터무니없는 제안을 하면서 왜 비공식적으로 다른 제안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이후 쌀과 비료 등의 물자를 받지 못했는데 이번에 2년간 못 받은 지원을 한꺼번에 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 전문가는 북한이 당초 예상됐던 세금 인상과 토지 임대기간 축소 등의 조건을 이번 회담에서 언급하지 않은 것도 토지임대료를 받는 대신 월급을 깎아주는 전략을 구사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개성공단 입주기업 사이에서도 쌀 · 비료를 지원하고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