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팀 = 채권은행들이 개별 대기업들에 대한 옥석 가리기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 짓고 워크아웃 대상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 작업에 나섰다.

11일 금융계 등에 따르면 채권단은 신용공여액 500억 원 이상인 434개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에서 20여개사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C등급), 10여개사를 퇴출(D등급) 대상으로 각각 분류했다.

일부 채권은행들은 이번 평가에서 C등급으로 확정된 20여개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미 워크아웃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채권은행들은 금융권 여신 500억 원 미만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이달 중에 구조조정 대상을 선별키로 했다.

◇ C·D등급 대기업 30여개
전체 채권단의 신용위험 평가 결과 C·D등급으로 평가받은 대기업은 30여개로 잠정 집계됐다.

우리은행은 주채권은행을 맡고 있는 56개사 중에서 2개사를 각각 C등급과 D등급으로 분류했다.

농협은 주채권은행을 맡고 있는 기업들 중에서 6개사를 C·D등급으로 평가했고 기업은행도 2개사를 C등급, 3개사를 D등급으로 매겼다.

이외 산업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6개 안팎, 3개 안팎의 대기업에 C~D등급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들 중에는 주채무계열 소속 계열사 등의 주요 대기업들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작년부터 구조조정 분위기가 확산된 데다 경기 악화 등으로 상당히 어려워진 한계기업들은 이미 워크아웃이나 회생절차 등을 거쳐 정리가 된 상태"라고 말했다.

◇ 금감원, 내달 채권은행 부실 평가 여부 점검
이번 평가 결과 C~D등급으로 분류된 기업들 중에는 일부 건설업체들과 도.소매업체들이 포함됐으나 업종별로는 특별히 두드러진 업종은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이번 평가는 작년 말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건설사들의 재무상황은 지난 1월 평가 결과보다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건설 경기 개선으로 업황은 다소 나아졌다"고 말했다.

또 금융계 일각에서는 이번 평가에서 C~D등급을 받은 대기업이 전체 평가 대상(430여 개)의 10%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지자 채권단의 부실 평가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채권은행들은 그러나 올 초부터 이미 건설.조선 등의 특정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이 이뤄진 데다, 상당수 기업들은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인 패스트트랙 지원 등의 금융권 도움을 받아 회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어 전반적인 기업들의 상황이 생각보다 양호한 편이었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작년 말부터 기업 구조조정 움직임이 확산됨에 따라 대기업들은 이미 인력 감축 및 자산 매각 등의 구조조정 계획을 미리 세워놓고 대비를 해오고 있었다고 전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건설.조선사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데다 금융권 지원을 통해 정상화 절차를 밟고 있는 곳들도 있어 생각보다 구조조정 대상은 많지 않았다"며 "자체 구조조정 계획을 마련한 기업들에 추가로 워크아웃을 진행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다만 이번 평가 기간에 대상으로 선정된 일부 대기업들이 잇따라 항의하거나 자료 제출을 미루는 등 비협조적이어서, 작업을 진행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금융감독원은 내달 중에 은행들을 대상으로 이번 신용위험 평가가 제대로 실시됐는지를 점검해 문제가 있는 채권은행은 문책키로 했다.

◇ 대기업 구조조정 작업 착수
일부 채권은행들은 신용위험 평가 작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미 워크아웃 작업을 시작했다.

C등급을 받아 워크아웃 대상으로 확정된 대기업은 채권단으로부터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이나 신규 여신, 이자 감면 등의 지원을 받는 대신 자산 매각 등의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채권단은 이들 대기업에 대해 채권금융기관협의회 회의를 열어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하고 실사 등을 거쳐 정상화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채권금융기관협의회의 회의 결과 워크아웃이 부결된 기업들은 주채권은행의 의지에 따라 퇴출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D등급 대기업들은 채권단의 자금 지원이 중단되는 만큼 법정관리를 신청하거나 퇴출된다.

채권금융기관협의회 관계자는 "다음 주부터 대기업들의 워크아웃 작업이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대상 기업들의 경우 채권행사가 유예되고 주채권은행이 1차 채권금융기관협의회 소집을 통보한다"고 말했다.

채권금융기관들은 또 금융권 여신 500억 원 미만 중소기업들에 대해서도 이달 말까지 이자보상배율, 영업활동현금흐름 등을 중심으로 신용위험을 평가해 구조조정 대상을 선별키로 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