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분양 적체의 '주범'이 되고 있는 중대형 아파트의 집 크기를 줄이기로 했다. 전용면적 60~85㎡의 중소형 아파트 공급량을 늘려 신규 분양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전체 주택공급량도 확대하기 위해서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주택건설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권고한 택지개발지구 내 중대형 주택 평균면적 축소방안을 수용키로 방침을 정했다고 9일 밝혔다. 국토부는 건설업체의 평균면적 축소 요청이 있을 경우 이를 허용해줄 것을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주택공사,토지공사 등에 행정지시 형식으로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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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관계자는 "85㎡ 초과 공동주택용지를 대상으로 당초 계획된 용적률을 바꾸지 않는 범위 안에서 평균면적을 축소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계획된 전용면적을 줄여 건설물량이 계획치를 초과할 경우엔 사업승인권자인 지자체가 도시기반시설 등을 고려해 허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중대형 주택 평균면적 축소는 경기 고양 삼송지구에서 첫 적용됐다. 국토부와 고양시는 최근 고양 삼송지구의 개발계획과 실시계획을 변경,중대형 아파트 평균 면적을 145㎡에서 135㎡로 낮췄다.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면적 단위로는 44평이 40평으로 축소되는 셈이다.

이로써 삼송지구의 중대형 아파트 공급량은 당초 4796채에서 4411채로 감소했다. 대신 늘어나는 공급물량은 중소형 아파트로 전환,삼송지구 내 중소형 아파트가 791채 증가하게 된다. 삼송지구 전체 공동주택(주상복합 포함)은 총 556채 늘어난 2만138채로 변경,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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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국토부는 신도시 개발에서도 이 같은 주택규모 축소안을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 4월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같은 내용으로 중대형 주택 평균면적을 줄이기로 하고 현재 개발 및 실시계획 변경을 추진 중이다. 당초 5만2538채를 지을 예정인 한강신도시의 실시계획이 변경되면 85㎡짜리 중소형 주택을 적어도 1500채 이상 더 지을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불황 여파 등으로 중대형 주택 수요가 줄고 미분양은 양산돼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에 나왔다. 전국 미분양 주택(16만3856채) 가운데 절반을 넘는 9만2508채(56.1%)가 전용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정부의 주택규모 축소 조정으로 전체 주택공급량이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어 주택공급 감소에 따른 집값 불안 우려를 어느 정도 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올해 신도시에서 4만7000채의 주택을 신규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실제로는 4만채도 가능할지 노심초사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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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주택 규모 축소가 올해 주택공급 증대로 곧바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 통상 6개월 정도 걸리는 개발 및 실시계획 변경 절차를 2~3개월 안에 끝내줄 것을 토공 등에 요청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