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에서 8일 가죽 제품을 제작하는 S사가 처음으로 전면 철수를 결정하면서 향후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입주 업체들 사이에 '도미노 철수'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작년부터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개성공단 입주계약을 취소하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일부 생산 설비 이전을 검토하는 업체는 있었지만 현지 법인 자체를 철수한 업체는 그동안 없었다.

철수를 결정한 S사는 산업단지공단으로부터 임대 보증금을 돌려받고 설비는 되가져올 계획이다. S사와 같이 아파트형 공장에 입주한 업체들은 철수에 대한 부담이 적은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정 자산을 수십억원씩 퍼다 부은 일반 입주기업들과는 달리 임대 보증금 반환 조건만 성사되면 철수가 쉽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손해도 작다고 볼 수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아파트형 공장에 입주한 업체가 모두 어려운 것은 아니다"면서 "공식적으로 협회에 철수 의사를 밝힌 업체는 S사 외에 없다"며 사태의 확산을 경계했다. S사의 경우 일반 천을 다루는 봉제업과 달리 가죽을 다루는 고급 기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는 것.개성공단 근로자들의 기능이 못 미쳐 불량률이 높았고,이로 말미암은 바이어 주문이 급감해 최근 공장을 가동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수십억원의 자산을 투자한 일반 입주기업들은 철수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협회 관계자는 "불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1개 업체의 철수에 전체 기업들이 동요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 "협회는 일단 오는 11일 남북 2차 실무회담의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쪽으로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측은 지난달 15일 대남 통지문에서 개성공단과 관련한 '기존 계약 무효화'를 선언하는 한편 '새롭게 제시할 임금 수준과 토지 사용료 및 세금 등을 받아들이기 싫으면 나가도 좋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11일 회담에서 구체적인 임금 인상 수준 등을 통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업체 수는 작년 4월 69개에서 지난 4월 현재 104개로 51%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4월 입주업체들의 총 수출액은 715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1627만달러)에 비해 56.1% 감소했고 총 생산액도 7454만달러로 작년 동기(7983만달러) 대비 6.6% 줄었다.

한편 북한이 잠시 중단했던 개성공단 내 기업들에 대한 인력 공급을 다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3일까지 열흘간 공단 내 인력 공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가 지난 4일부터 다시 근로자 500명을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 주 내 500~600명의 근로자를 추가로 보낼 것으로 밝혀졌다.

손성태/장성호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