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2차 핵실험과 관련,북한 제재 방안을 논의 중인 가운데 미국이 유엔과 별도로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제재방안에는 금융 제재와 테러지원국 재지정도 포함돼 있다. 대북 제재에 소극적이었던 중국 정부도 북한의 이번 핵실험에 대해선 용인할 수 없다는 게 내부 분위기여서 어떤 조치가 나올지 초미의 관심사다.

로이터통신은 미 재무부가 북한에 금융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26일 보도했다. 재무부 관계자는 국제 금융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북한의 수단이 여전히 제한돼 있지만 이마저도 차단할 수 있는 폭넓은 권한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재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김정일 국방위원장 가족이 활용하고 있는 유럽과 중동지역 은행들이 타깃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 재무부는 2005년 북한이 거래하던 마카오 소재 은행인 방코델타아시아(BDA)를 '돈세탁 우려대상'으로 지정한 뒤 북한자금 2500만달러를 동결시켰다. 이는 북한의 국제 금융거래를 봉쇄시키는 위력을 발휘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테러지원국 재지정이 명백히 검토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지난달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자 미 의회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수 있는 법안을 제출해놓은 상태다.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되면 북한은 미국의 무기수출통제법,수출관리법,국제금융기관법,대외원조법,적성국교역법 등 5개 법률의 제재를 받는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금융기관들의 대북 차관 제공 등이 금지된다.

일본 정부는 독자적으로 북한과 관계 있는 테러자금 동결 · 몰수와 자금세탁 차단을 위한 대책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전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도 대북 압박 분위기가 감지된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을 용인할 수 없다는 인식 아래 강력한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를 통한 제재에 반대하지 않는 한편 단둥 등의 일시 교역 중단이나 관광 금지 등의 다각적인 징계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북핵 6자회담 의장국이면서 북한과 혈맹관계인 중국은 그동안 여러 방법으로 북한에 핵실험을 하지 말도록 설득했으나 결국 북한이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은 27일 "북한의 핵실험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핵실험 이후 북한이 더이상 상황을 악화시켜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유엔 안보리는 중국의 입장이 정리되는 대로 대북 결의안을 도출할 전망이다. 유엔의 한 관계자는 "이번주 내에 결론이 나기는 무리라고 본다"면서 "중국의 입장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구체적인 논의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홍열/베이징=조주현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