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등 정부 당국의 끊임없는 제도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는 여전히 기승(氣勝)을 부리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포털인 '공공기관 알리오 시스템'에 따르면 상당수 공공기관 노조들은 사측과의 단체협약을 통해 직원 채용이나 승진 등에 개입하고 노조 전임자의 경우 최고 수준의 근무평점을 받도록 하는 등 인사와 경영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전체 산업평균에 비해 6배나 높은 노조 조직률과 500명이 넘는 노조 전임자 등 막강한 힘을 바탕으로 각종 수당과 휴가 제공 등 파격적인 근로조건을 도입,시행토록 하고 있다.

공공기관 노조가 최고경영자 못지 않은 권한을 행사하고 있음이 그대로 확인된 셈이다. 기관장이 선임되면 노조는 이를 반대하는 집단행동을 하고 해당 기관장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 노조에 과도한 당근을 제공하는 등 경영자와 노조간 야합에 근본 원인이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비효율과 방만경영의 상징처럼 돼버린 공공부문이 국가경쟁력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는 마당에 이 같은 고질병들이 근절되기는커녕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공기업 모럴해저드 문제는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다. 지난해 297개 공공기관의 순익은 2007년에 비해 57%나 감소했음에도 일부 공기업 직원의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한 것 등에서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열린 공공기관 선진화추진점검 워크숍에서 "당면 문제를 감추고 시간을 질질 끌면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며 "스스로 개혁하고,자신이 없으면 물러나야 한다"고 기관장들에게 경고하고 나설 정도다.

공기업 개혁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지금처럼 경영자와 노조가 야합(野合)을 일삼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개혁조치도 제대로 실효를 거둘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정부 당국은 탈법적 노사협약에 따른 방만경영 사례 적발시 경영진의 해임요구권을 행사하고,공공기관 평가에 노사관계를 반영하는 등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민영화와 통폐합 등을 조속히 실행에 옮기고 보수,조직등에서의 거품을 제거할 수 있는 대책도 강구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