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들어왔어.미친X.이거 기본적으로 없애버려야 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내뱉은 '막말'이 정치권에 파장을 낳고 있다. 지난 22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유 장관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대화 도중 천정배 민주당 의원을 향해 한 이 막말은 국회 영상회의록을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외교부 측은 수장을 보호하기 위해 해명에 진땀을 뺐다.

유 장관은 28일 오후 "무심코 내뱉은 말"이라며 본의가 아니었음을 해명한 후 직접 천 의원을 찾아가 사과를 하겠다며 최대한 몸을 낮췄으나 29일까지 천 의원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 소식을 들은 민주당은 유 장관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한 · 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 동의안이 빨리 처리돼야 한다는 안타까운 생각에 무심코 혼잣말로 했다"는 유 장관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한심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장관의 오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유 장관은 지난 23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 드라이브를 걸다가 제동이 걸리자 "정책결정과정이 너무 소상하게 언론에 노출됨으로써 생긴 일"이라며 혼선 책임을 언론에 떠넘겼다. 하지만 3월20일 정례브리핑 직후 유 장관은 "북한이 로켓 발사를 하면 정부는 PSI 전면참여를 검토할 것"이라고 PSI 참여에 대해 먼저 말을 꺼냈다.

유 장관의 잇단 실언에 외교부 실무진의 사기도 많이 꺾인 모습이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새벽 늦게까지 남아서 일하는 직원이 많은데 안팎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가뜩이나 PSI 유보로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데 (장관이 언행을) 더욱 조심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현 정권 들어 국무위원들의 부적절한 언행은 끊이지 않았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사진기자들에게 욕설을 했다가 사과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한 강연회에서 '깽판 국회'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내각이 힘을 모아도 힘든 시점에 본질이 아닌 설화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는 건 아닌지 되짚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