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 르네상스 이후 민족국가의 기틀이 정립됐고,이때부터 국가의 부(富)를 축적하고 확대하는 일은 각국 지도자들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한때 무역 흑자를 강조하고 국내 산업보호를 내세운 중상주의가 득세했지만,1776년 출간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 이후 자유무역과 경쟁이 대세를 장악했다. 그리고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기업이 급성장하면서 경제발전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재조명하는 작업들이 활발히 전개됐다.

경쟁전략 분야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1990년 출간한 자신의 세 번째 저서 '국가 경쟁우위(The competitive advantage of nations)'를 통해 스미스 이후의 국가경쟁력 연구를 집대성했다. 그는 부를 창출하고 범세계적 경쟁을 하는 실질적 주체는 국가가 아니라 기업임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전제 아래 저자는 10개국을 대상으로 각 국에서 국제경쟁력이 가장 높은 산업들을 선정했고,이들 산업의 경쟁력을 강하게 만든 공통 요인을 추출했다. 그 결과 국가의 번영을 결정짓는 근본 요소는 그동안 학자들이 주장했던 천연자원,노동력,이자율 등과 같은 거시적 요인이 아니라 특정 산업을 보유한 국가에서 제공해 주는 독특한 비즈니스 환경들이었다. 다이아몬드 모델이라고 명명된 이들 요소는 구체적으로 요소조건,수요조건,관련 및 지원산업,기업 전략 · 구조 및 경쟁 등 네 가지로 구성됐다.

이 같은 다이아몬드 모델은 기존의 무역이론이나 해외투자이론들과 일부 공통점도 있지만 요소열위,국내 수요의 질,클러스터,국내 경쟁 등의 측면에서 확연히 달랐다. 예컨대 노동,자본 등 부존 요소가 풍부한 국가가 경쟁력을 가진다는 비교우위 관점과 달리,다이아몬드 모델은 설사 부존자원이 부족한 국가라도 이 같은 불리함을 개선하고 혁신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국가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또 정부가 보호하고 육성한 산업보다는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진 산업의 국제경쟁력이 더욱 높았다고 밝혔다.

이 책에 의하면 정부의 역할은 명백하다. 정부는 최우선적으로 기업이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비즈니스 환경을 매력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