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대량매매ㆍ실질예탁금 급증…소매채권 불티
부동산에도 큰손…골프회원권, 해외명품 성시


금융 한파를 피해 투자시장을 등졌던 개인 '큰손'들의 복귀 움직임이 뚜렷해지면서 투자시장 전반의 회복 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머니'로 불리는 거액의 자금을 굴리는 큰손들은 기관이나 외국인에 비견되는 정보력과 판단력을 토대로 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때문에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중요한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반등 분위기가 한창인 주식시장에선 이달 들어 큰손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대량 매매주문이 급증하고 있고, 연초 이후 인기몰이를 해온 소매채권이 계속 불티나게 팔리는 등 증권시장이 완연한 해빙 무드로 전환했다.

부동산시장에서도 큰손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고 있으며, 투자심리 호전과 맞물려 고소득층의 소비심리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골프회원권 시장은 개인들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으며, 백화점의 해외명품 매장에선 발길이 끊겼던 고객이 다시 늘면서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현주미 명품PB센터장은 19일 "작년 말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머니마켓펀드(MMF), 정기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옮겨갔던 큰손들의 자금이 연초 이후 우량회사채와 채권형펀드를 거쳐 지난달부터는 건설, 은행, 증권업종 등의 주식으로까지 투자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고 밝혔다.

◇ 증시에 `왕개미' 귀환

한국거래소는 1억원 또는 1만주 이상을 한꺼번에 거래하는 일평균 '대량주문' 건수는 이달 들어 3월에 비해 금액 기준 94%, 주식 수로는 41%의 급증세를 보였다고 19일 밝혔다.

이는 큰손들의 시장 참가가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

1억원 이상 하루평균 주문건수는 올해 들어 1월과 2월 6천798건과 6천99건이었으며 3월에도 7천280건이었으나 4월에는 1만4천125건으로 크게 늘었다.

스마트머니의 유출입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인 실질고객예탁금은 지난 15일까지 6거래일 연속 총 1조6천370억원이 유입되는 등 이달 들어서만 3조6천480억원이 늘어났다.

미수금과 신용잔고, 개인매도결제액 등을 감안해 산출하는 실질고객예탁금은 개인투자자들의 주식계좌에서 발생하는 실제적인 자금 유출입을 보여주며 특히 거액의 자금을 운용하는 개인 큰손들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지표로 인식된다.

고객예탁금은 지난 15일 16조472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3월 초부터 큰손들의 시장 참여가 늘고 있다는 얘기가 지점에서 들린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가 가능한 소매채권은 연초 이후 자금몰이를 지속하고 있다.

기대 수익이 높지만 위험도 큰 주식이나 금리 하락으로 실질 이자가 제로 수준인 은행예금 대신 고금리의 우량 신용채를 찾는 투자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동양종금, 삼성, 대우, 우리, 한국, 하나대투, 현대, 대신, 미래, 굿모닝신한증권 등 10개 주요 증권사들의 소매채권 누적 판매액은 8조4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동양종금증권의 경우 작년 12월 2천100억원대였던 소매채권 판매액이 올해 1월 6천300억원, 2월 6천억원, 3월 5천400억원, 4월 들어 10일 현재까지 3천200억원으로 월 평균 2~3배로 늘어났다.

소매채권은 자산운용사, 보험, 은행 등 금융기관 간에 대규모로 거래되는 도매채권과 달리, 증권사 영업창구를 통해 소액으로 판매되는 채권으로 개인투자자가 거래량의 10~20%를 차지한다.

◇ 부동산도 큰손 움직임 감지


금융위기 여파로 안전자산으로 몰렸던 자금이 부동산시장에도 유입되고 있다.

수도권 집값 상승의 진원지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 3구 지역은 작년 말까지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던 아파트 거래가 올해 들어 눈에 띄게 늘어났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강남 3구의 아파트 거래 건수는 작년 10월 156건, 11월 133건, 12월 244건에서 올해 들어 1월 1천건, 2월 1천210건, 3월 1천186건으로 급증했다.

거액의 현금 동원력을 가진 개인투자자인 '큰손'들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의 김규정 부장은 "최근 들어 얼어붙었던 재건축 지역이 살아나면서 한꺼번에 2~3채를 구입하는 투자자들도 눈에 띄고, 환율이 고점을 찍으면서 환차익을 본 투자자 중에 강남 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작년까지 내림세를 지속하던 아파트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로 돌아서 이미 고점 근처까지 회복한 곳이 생기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개포동 주공아파트 양지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3개월 새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평형별로 1억5천만~1억8천만원 가량 올랐다"며 "가격이 오르면서 문의 전화가 크게 늘고 실제 거래도 있다"고 말했다.

◇ 골프회원권 '큰손' 입질…명품 판매 급증

평소 개인투자자에겐 진입장벽이 높았던 골프회원권 시장은 요즘 매입 기회를 잡으려는 개인들이 몰리면서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골프회원권 거래업체인 에이스회원권 관계자는 "작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법인들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골프회원권 매물을 쏟아내면서 가격이 급락하자, 큰손들이 여유자금을 활용해 이를 사들이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골프회원권은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최저 1억~2억원, 주말부킹을 2회 정도 이용하려면 4억~5억원이 필요했지만, 절반 수준인 5천만~1억원, 2억~3억원대로 떨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에게도 매입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특히 개인들의 거래가 몰리는 1월의 경우 예년에는 매수세가 매도세에 비해 2~3배 많았지만, 올해는 3~4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초고가 대에 매수세가 늘면서 이스트밸리와 남촌, 렉스필드, 가평베네스트, 강남의 레이크사이드의 호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

백화점 해외 명품 매장의 매출도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최근 경기가 바닥권에 도달했다는 심리와 주식, 채권, 부동산 등 각종 자산가치가 회복세를 띠면서 부유층의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일본 관광객 특수, 부산 센텀시티점 개장 등의 요인도 있었지만, 부자들의 고가 상품 소비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nadoo1@yna.co.krabullapia@yna.co.krksy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