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몸값 받으려 선장 인질로 잡아

미국 컨테이너선 '머스크 앨라배마'호가 8일 인도양 해상에서 소말리아 무장해적의 공격을 받고 한때 납치까지 됐다가 풀려났으나 선장은 해적의 인질로 붙잡혔다.

외신들에 따르면 덴마크 해운사 AP 몰러-머스크의 미국 자회사인 머스크 라인 소유인 이 화물선은 이날 오전 7시30분께 소말리아 에일항에서 445㎞ 가량 떨어진 해상에서 해적 4명에게 납치됐으나 미국인 선원 20명이 수 시간 만에 이들을 격퇴하고 배의 통제권을 되찾았다.

그러나 해적들이 컨테이너선을 떠나면서 선장 리처드 필립스를 인질로 잡아갔고, 이에 선원들이 구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선원은 이날 CNN과의 전화 통화에서 해적 1명을 12시간 동안 붙잡고 있다가 풀어줬지만 해적들이 선장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해적들이 몸값을 받아내기 위해 선장을 억류하고 있다"면서 "선장을 구출하기 위한 노력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핍립스 선장은 해적들과 함께 머스크 앨라배마호에 실려있던 구명정에 타고 있으며, 무선을 통해 선원들과 연락이 가능한 상태라고 이 선원은 설명했다.

미국 선박이 해적에 의해 납치된 것은 200여년 만에 처음 발생한 사건으로 알려졌다.

미 당국은 머스크 앨라배마호의 피랍 소식이 전해지자 소말리아 해적 소탕을 위해 아덴만 해상에 투입된 전함들을 사고 해역에 긴급 파견하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섰다.

데니스 맥도너 미 백악관 국가안보담당 부보좌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1만7천t급인 이 컨테이너선은 세계식량계획(WFP)이 소말리아와 우간다에 지원할 식량 등 구호물자가 담긴 400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케냐 항구도시 몸바사로 향하다 해적들의 공격을 받았다.

영국 BBC는 해양 당국자들을 인용, 머스크 앨라배마호가 해적들에 의해 장악되기에 앞서 5시간여에 걸쳐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소말리아 해적들은 국제사회의 감시망을 뚫고 지난 주말 이후 대만, 영국, 프랑스, 독일, 예멘 선박을 잇따라 납치했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권정상 특파원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