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이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켜 실적을 공시한 사례가 외부 감사 등을 통해 무더기로 들통나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3일까지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 이상 변동' 공시를 통해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는 모두 1천596개사이며 이중 28.75%인 459개사가 추후 정정공시를 냈다.

실적 정정공시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에서 두드러졌다.

최초 공시를 낸 574개사 중 절반에 가까운 250개사가 실적을 고쳤다.

코스닥시장에서는 1천22개사 중 209개사가 감사 이후 공시 내용을 수정했다.

수치 정정 폭은 대부분 미미한 수준이었으나 일부 상장사는 자체 집계에서 흑자였던 실적을 정정공시에서는 적자로 바꿨다.

이 때문에 일부 상장사들은 경영 손실을 숨기려고 실적을 의도적으로 조작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원건설[012090]은 지난달 23일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6.53% 증가한 95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으나 이달 13일 외부 감사 결과 43억원의 적자를 봤다고 밝혔다.

정정 사유와 관련해 외부감사 결과를 반영했다고만 명시했을 뿐 구체적인 해명은 하지 않았다.

AJS[013340]는 이달 4일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6억2천만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지만 10여일이 흐른 13일 당기순손실이 4억9천만원에 달한다며 적자로 돌아섰음을 시인했다.

대유디엠씨[002880]도 지난달 5일 당기순이익이 8천만원으로 전년의 59억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고 밝혔지만 이달 12일 1억1천만원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고쳐 공시했다.

디아이씨[092200]는 지난달 12일 당기순이익이 105억원으로 전년 대비 1.54% 증가했다고 밝혔으나 이달 13일에는 41억원으로 오히려 60.04% 감소했다고 고쳤다.

회사 측은 외부 감사인의 감사 결과 계열회사의 당기순손실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감사 결과 실적이 대폭 줄거나 손실액이 확대된 사례도 다수 있었다.

평화홀딩스[010770]는 감사 결과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180억원, 125억원에서 각각 206억원, 150억원으로 확대됐다.

남광토건[001260]은 영업이익 53억원, 당기순손실 52억원에서 각각 19억원, 71억원으로 수정했다.

아인스[004870]는 당기순손실이 89억원에서 212억원으로 늘어났으며 피에스케이[031980]도 당기순손실 규모가 81% 가량 증가했다.

반면 배명금속[011800]은 정정공시를 통해 작년 당기순이익이 1억3천만원에서 4억2천만원으로 66.68% 감소에서 22.88% 증가했다고 밝혔다.

실적 정정이 수시로 이뤄지면 기존에 발표된 공시에 의존했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으나 최초 공시에 외부감사 결과에 수정이 생길 수 있는 잠정 집계치임이 명시돼 있어 회사 측에 책임을 묻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우선 회사가 실적 공시할 때 정확하게 공시할 책임이 있지만, 무엇보다 투자자들이 잠정 집계치라는 사실을 유념해 투자해야 한다"며 "정정공시 내용도 꼼꼼히 챙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