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미국인들이 돈 쓰는 것을 아끼는 검소한 생활에 들어가면서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만들어낸 소비위축의 재앙적인 결과를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임금 감소와 주가 하락 등으로 소비자를 구두쇠로 만든 90년대 일본의 소비위축이 경기가 회복된 이후에도 이어져 일본 경제에 부담이 됐던 현상이 미국에서도 재현되면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더라도 그 효과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면 어떻게 되는지에 관한 교훈을 일본의 사례를 통해 이같이 소개했다.

일본은 2000년대 초까지 이어진 '잃어버린 10년'에서 수출 증가 덕분에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경기가 회복된 이후에도 소비자들은 지출을 계속 꺼렸다.

비교적 부유한 일본 가정도 목욕물을 빨래를 하는데 다시 이용하고 80년대 호시절을 누렸던 위스키 소비는 5분의 1로 준데다 자동차를 사려는 사람들도 크게 감소했다.

경기가 회복된 2001부터 2007년까지 일본의 1인당 소비 지출은 0.2% 증가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세계 경제가 어려움에 빠져 수출이 줄어들자 내수 시장에 의지할 수 없는 일본 경제는 다시 자유낙하를 하고 있다.

작년 4.4분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기준으로 12.7% 줄어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다치생명연구소의 히에도 쿠마노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경제가 수출 의존도가 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큰 타격을 받고 있음을 설명하면서 "일본이 겉으로는 90년대의 '잃어버린 10년'에서 회복된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소비의 실종이라는 '2번째 잃어버린 10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90년대의 불황에서 벗어났지만 격화되는 한국과 대만 기업 등과의 경쟁을 위한 비용절감에 나서 인건비를 줄였고 그 결과 비정규직 근로자가 3분의 1 정도롤 차지할 정도로 고용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젊은층은 소비를 하지 않고 있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자동차 구매 의사가 있는 20대 남성의 비율은 2000년의 48%에서 작년엔 25%로 줄었고, 젊은 여성들도 명품 등 고가품 소비를 줄이고 있다.

또 많은 저축을 한 장년층 역시 은퇴 이후 생활의 불안 때문에 소비를 하지 않고 있다.

이에따라 정부가 경기부양에 나서도 소비자들이 향후에 더 싼값에 물건을 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지출을 하지 않으면서 물가도 떨어지고 임금도 감소하는 디플레이션이 경기회복을 막는 결과를 초래했다.

신문은 일본에서 나타난 이 같은 모습이 재현될 것을 미국의 많은 경제 전문가와 정책 입안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소비지출은 작년 12월에 1% 줄어 6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했고, 작년 4분기 소비지출은 8.9% 감소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도 디플레이션이 경제가 직면한 실질적인 위험이라고 최근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