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국내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외국인은 누구일까. 노란 머리 외국인(영 · 미계), 아니면 검은 머리 외국인(아시아계)?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주문을 직접 받는 국내외 증권사 해외 영업담당 임원들은 "미국쪽에서 나오는 주문은 거의 없고 대부분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아시아쪽 주문이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한국의 경기전망도 불투명하긴 하지만 올 들어 국내 증시가 반등하는 걸 보면서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쪽에서 나오는 주문은 화교나 일본계 자금이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나 영국 자산운용사들도 이곳에 영업전진기지(프런트데스크)를 두고 있어 이들 자금이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경유해 유입되는 것일 수도 있다.

이에대해 주영근 삼성증권 해외법인사업부장은 "과거에 비해 미국에서 직접 나오는 주문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볼 때 이쪽 주문 중 미국계가 차지하는 비중도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9월 이후 12월까지 북미 국적 자금은 우리 증시에서 4개월 연속 순매도를 보였다. 반면 싱가포르는 작년 12월 4584억원어치를 순매수, 국적별 순매수 1위에 올랐고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일본 등도 '매수'에 동참했었다.

특히 일본계 자금은 최근 엔고를 반영, 싼 한국 주식을 갖고 있다가 주가가 오르고 원화 가치가 회복된 후 팔고 나오면 주가 상승차익과 환차익이라는 '꿩먹고 알먹기식'투자가 가능하다는 데 매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임경근 ABN암로 상무는 "일본 자금은 9월 한국의 FTSE(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 선진국 지수 편입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어 단기적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 국내 증시 투자를 위해 금융감독원에 신규 등록한 일본 투자자는 9월과 11월 각각 9명, 14명에 불과했으나 12월에는 35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유럽쪽에서는 금융위기 불안감이 남아있고 IB(투자은행) 붕괴의 직격탄을 맞은 영국보다는 상업은행이 많은 스위스 프랑스 등이 국내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을 떠나 자금의 성격만 따져 보면 헤지펀드 비중은 크게 축소되고 중장기적 성격의 '롱펀드'들이 주축이 되고 있다. 주영근 부장은 "삼성증권만해도 지난해 하루 평균 외국인 주문금액은 3조~4조원 수준이었는데 올 들어선 1조~1조5000억원까지 떨어졌다"며 "헤지펀드 주문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