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강호순(38)이 범행동기에 대해 "스스로 제어할 수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납득할 만한 수준이 아니어서 여전히 그 배경에 의문이 남는다.

강의 진술은 또 여대생 살해 혐의로 검거됐을 때와 검거 뒤 연쇄살인을 자백한 이후에 미묘한 차이가 있어 주목된다.

경기경찰청 수사본부는 강이 검거된 지 11일이 지난 1일 브리핑에서 강의 범행이유에 대해 "돈이 목적이 아니었다.

스스로 제어하지 못했다고 한다.

범행 충동을 계속 느꼈고 이 부분에 대한 진술을 번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강호순이 '여자 태우기가 좋을 것 같아서 에쿠스를 구입했다'고 진술했다"며 "범행을 손쉽게 하기 위해 승용차를 구입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성폭행 목적이 아니었다는 당초 진술과 다른 것으로, 범행동기에 대한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경찰은 31일 현장검증 브리핑에서 "성욕을 해소하지 못해서 여자들을 상대로 성폭행하기 위한 목적도 솔직히 아니고...순수하게 돈이 필요해서 죽인 것이라면 피해자 신용카드를 지갑에서 꺼내도 됐을 것이다.

딱히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자신을 제어할 수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강은 연쇄살인 혐의를 처음 자백하던 30일 "2005년 10월 30일 장모집에서 발생한 화재로 네번째 부인이 사망하자 충격을 받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1년여를 방황한 이후 여자들을 보면 살인 충동을 느꼈고, 그런 와중에 1차 범행을 한 다음부터는 (충동을) 자제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전처가 죽은 뒤 충격으로 범행했다는 진술에 대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밝혀 범행동기에 여전히 의문을 갖고 있음을 내비쳤다.

강은 또 성관계를 가진 노래방 도우미를 살해한 동기에 대해서도 "죽이고 싶어서 죽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반항하지 않았는데도 살인욕구가 일어나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지난 25일 군포 여대생 A양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을 당시에는 "강도 및 성폭행 목적이었으나 긴장된 상태였기 때문에 실제 성폭행은 못했다"고 진술했었다.

강이 범행동기를 "스스로 제어하지 못했다"고 진술하는 것에 대해 형량 감경을 노려 정신질환 또는 심신미약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강을 검거한 뒤 계속 함께 하고 있는 경찰은 그의 정신상태에 대해 "평소에는 멀쩡한데 (범행시점) 특정한 때에만 그런 것 같다"고 평가했다.

경찰이 첫 범행이 시작된 2006년 이전에 발생한 네번째 부인과 장모 화재.사망사건과 추가 범행이 의심되는 4건의 사건을 수사하고 있어 여죄가 드러나면 자연스럽게 범행동기에 대한 석연치 않은 의문도 풀릴 것으로 보인다.

(수원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kt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