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금융빅뱅이 기폭제
매수세력 불분명…국내외 PEF에 시선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지며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올해 상반기 기업 인수.합병(M&A)을 할 수 있는 `큰 장'이 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부실기업 구조조정, 대기업 몸집 줄이기, 금융권 합종연횡 등이 M&A시장을 키우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11일 금융당국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둔화→기업경영 악화→금융사 건전성 악화→대출 축소→기업부실 악화 등 경로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는 상반기부터 M&A시장에 매물이 쏟아질 전망이다.

채권은행과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는 금융당국의 지원 아래 92개 건설사와 19개 조선사 등 111개사에 대한 `옥석가리기'를 통해 이르면 이달 중 70~80개사를 구조조정 대상으로 확정하게 된다.

이들 대상 기업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거나 퇴출된다.

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채권단과 협의해 부채 상환 유예를 받거나 출자 전환을 통해 부채를 줄이는 동시에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하는 등 경영 정상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 자체가 M&A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사례가 줄을 이을 수 있고, 건설.조선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 타 업종으로까지 확산될 경우는 매물수도 그만큼 늘게 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 대상이 늦어도 1분기에 결정될 것"이라며 "구조조정 대상 범위와 기업수는 상황에 따라 다소 달라질 수 있지만 대상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는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금융에서 실물로 전이된 위기감이 해소되지 않은 채 호전이 늦어질 경우 한계기업뿐 아니라 비교적 재무구조가 탄탄한 대기업들까지도 비상경영 수준을 넘어 계열사 매각이나 일부 사업부문 정리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여기에 기업 실적 둔화로 인한 고용 위축과 대출상환 능력 약화시는 기업과 가계에 대출해준 금융권으로 `시한폭탄'이 넘어가 은행, 저축은행, 캐피탈사 등은 물론 투자 손실이 커진 증권사나 투신사 등에도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어닥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내달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통합법을 계기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간 통.폐합은 경기침체기를 맞아 예상보다 활발하지는 않겠지만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경우는 굵직한 매물도 M&A시장에 나오게 될 것으로 금융권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대기업과, 금융권 구조조정으로 인한 매물들은 한계기업에 비해 우량한 `먹잇감'으로 떠오를 수 있어 M&A시장이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M&A시장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직후 국내 대형 매물을 적극 사들였던 외국 자본들처럼 뚜렷한 매수세력이 형성될지는 미지수다.

IMF사태는 동남아시아에 집중된 위기여서 한국시장이 외국 자본들의 주목받는 투자처로 떠올랐으나 이번에는 글로벌 위기라서 한국시장도 '여러 투자처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일부 외국 자본과 함께 위환위기 이후 꾸준히 성장한 국내 PEF(사모투자펀드), 현금 동원력을 키워온 우량 대기업 등이 M&A 경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올해 M&A시장이 커질 경우에도 IMF 직후처럼 매물을 흡수하는 자본이 뚜렷하게 나타날 가능성은 적지만 일부 외국 자본과 국내 PEF 등이 바이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일부 국내 PEF는 이미 본격적인 M&A 경쟁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몇년 한국 시장에서 이렇다할 활동을 보이지 않았던 해외 PEF들이 한국 기업 M&A 강화와 경기 침체로 인한 기업들의 현금 확보 시도 등을 기회로 삼아 한국시장에서 사업기회를 찾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지난달 말 서울발 기사로 보도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