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전국 22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12월 소비자동향 조사에서 소비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주는 소비자심리지수가 81에 머물러 전월보다 또 3포인트 떨어졌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4분기(8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심지어 한국인들이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교육비까지 줄이겠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하니 경기침체의 골이 얼마나 깊어지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악화되고 있는 것은 소비심리만이 아니다. 투자도 그렇고 유통업 경기도 그렇다. 내년 설비투자의 경우 한국은행은 3.8%, 산업은행은 6.8% 줄어들 것으로 각각 내다보고 있다. 대한상의가 조사한 내년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는 73에 그쳐 올 4분기보다 무려 25포인트나 추락했다. '축소지향의 경제'에 대한 우려가 점점 현실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내수가 좋지 못하면 수출이라도 괜찮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미국 일본 유럽국 등 선진국 경제는 이미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미국의 경우 3분기 성장률이 -0.5%로 떨어진 데 이어 4분기엔 -6%로 악화될 전망이다. 게다가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경제마저 급격히 둔화되고 있어 우려를 더욱 증폭시킨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년 상반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할지 모를 위기에 있다"고 밝힌 것도 바로 그런 이유들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뾰족한 묘책(妙策)이 없다는 점이다. 가계는 물론 기업들조차 생존을 최우선 과제로 삼다 보니 비교적 여유있는 중산층들마저 지갑을 열지 않고, 유보자금을 많이 비축한 대기업들도 신규투자를 꺼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소비 감소와 투자 축소는 상호작용을 하며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훼손으로 연결되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정부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갖고 이 같은 '축소의 악순환'고리를 끊는데 총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내년 예산을 최대한 조기집행하는 수준에 그칠 게 아니라 재정지출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강구해야 한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정부가 앞장서 풀어나가는 외에는 달리 길이 없다. 기업들 또한 눈앞의 경기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위기 이후에 대비한다는 자세로 투자확대 및 수출다변화에 힘써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