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시즌을 보낸 이승엽(32)이 내년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주전에서 제외돼 스프링캠프부터 치열한 생존 경쟁을 치를 전망이다.

일본 스포츠전문지 '스포츠호치'는 22일 인터넷판에서 미국 하와이 우승 여행을 마친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감독이 내년 시즌 붙박이 주전으로 아베 신노스케(포수), 오가사와라 미치히로(3루수), 알렉스 라미레스(좌익수) 등 세 명만을 지명했다고 전했다.

차기 요미우리 감독감이라는 다카하시 요시노부(우익수)와 이승엽 등 올해 부진했던 간판선수들도 모두 서바이벌 경쟁으로 내몰겠다는 뜻이다.

7년 만에 일본시리즈 정상 탈환을 선언한 하라 감독은 신인과 베테랑의 무한 경쟁을 통해 전력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스포츠호치'는 하라 감독의 이런 발언이 이승엽에게 보다 치밀하게 내년 시즌을 준비하라는 주문이라고 풀이했다.

올해 45경기에서 타율 0.248을 때리고 홈런 8개 27타점에 그친 이승엽에 대해 하라 감독은 "그는 타율 2할대 타자가 아니다.

심기일전해 내년 일본에 건너오기를 기대한다"며 분발을 촉구했다.

하라 감독이 1루와 3루 수비가 가능한 오가사와라를 붙박이 주전으로 택한 건 이승엽에게 분명 큰 자극이다.

하라 감독은 시즌 중반 타격 부진으로 2군에 간 이승엽이 복귀했을 때 오가사와라를 3루에, 이승엽을 1루에 기용했다.

이런 방침은 베이징올림픽 후 이승엽이 팀에 본격적으로 가세한 이후 계속 됐다.

'스포츠호치'는 오가사와라의 왼쪽 무릎 상태가 나쁘지 않아 내년에도 3루를 지킬 수 있다고 전망했지만 그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한 사이 데라우치 다카유키, 후루키 시게유키 등 예비 3루수들이 캠프에서 좋은 내용을 보이면 이들이 3루를 꿰차고 오가사와라가 1루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엽으로서는 다시 한번 실력으로 주전 1루를 확보해야 하는 처지에 몰린 셈이다.

다급한 상황에 직면한 이승엽은 그래서 팀의 우승여행에도 불참하고 대구 세진헬스에서 컨디션 끌어 올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또 "남은 계약기간(2년) 동안 팀에 꼭 공헌하고 싶다"면서 WBC 불참을 결정했다.

일본시리즈에서 야구 인생 최악의 성적으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이승엽이 무한 경쟁의 시퍼런 칼날을 피해 요미우리 주전 1루 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