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보수삭감 압력에
"현 연봉엔 문제 없어"

"파산이 코앞에 닥쳐도 내 연봉은 못 깎는다. "

경영난에 빠져 의회에 총 500억달러를 달라며 손을 벌린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자동차업체의 최고경영자(CEO)들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보수를 삭감하라는 의회 압력에는 반발하고 있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앨런 멀럴리 포드 CEO는 지난주 의회 청문회에서 '200만달러의 연봉을 포기하고 단 1달러만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난 현재 연봉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보수를 깎을 뜻이 없음을 드러냈다. 멀럴리는 포드가 27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해 연봉과 보너스를 포함해 총 2167만달러를 받았다.

릭 왜고너 GM 회장 겸 CEO도 연봉 1달러 수용 여부에 대한 의회 질문에 "그 문제에 대해선 지금 답변할 수 있는 상황이 못 된다"고 말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왜고너 회장의 작년 보수는 1570만달러에 달했지만,그해 GM은 387억달러의 순손실을 냈다. 의회 청문회 출석 당시 호화 전용기를 타고 워싱턴에 왔던 사실이 드러나 비난을 샀던 왜고너 회장은 이날 미 연방항공청(FAA)에 전용기의 항로 추적 정보가 공개되지 못하게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또 한번 구설에 올랐다.

한편 '빅3'의 퇴직자 건강보험 기금 출연 문제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타임과 CNN 등에 따르면 '빅3'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퇴직자 건강보험 부담을 덜기 위해 지난해 전미자동차노조(UAW)와 협상을 통해 독립적인 편드(VEBA)를 설립,이 펀드가 80년 동안 퇴직자와 가족의 건강보험을 담당하도록 했다. 대신 3사는 펀드에 기금을 출연키로 했다. GM은 135억달러를 이미 출연했고,95억달러를 추가로 출연해야 한다. 포드는 136억달러를 내야 한다.

문제는 '빅3'가 공적자금을 받으면 납세자들이 3사 퇴직자들의 건강보험료를 대주는 결과가 된다는 사실이다. 미국에선 현재 4600만명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적지 않은 미국인들이 '빅3'에 대한 지원에 반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미아 기자/뉴욕=이익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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