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강연료로 수만달러 이상의 엄청난 돈을 받아온 유명 인사들도 경제 위기 속에 타격을 입고 있다.

각종 행사 등에 정치, 경제 등 각 분야의 유명 인사를 연사로 초청했던 기업들이 어려운 경제 환경에 직면하면서 강연 요청을 줄이거나 보다 강연료가 싼 연사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명인들의 강연 일정을 대행하는 아메리칸 프로그램 뷰로의 관계자들은 최근 몇 주간 앨 고어 전 부통령을 환경 문제 관련 연사로 초청하고 싶다는 몇몇 단체들의 요청을 받았었다.

아메리칸 프로그램 뷰로는 고어 전 부통령을 대행하지는 않지만 고어가 한 번 강연에 얼마나 받는지를 이들에게 알려주자 현재의 경제환경에서 그런 돈을 지불할 수 있다는 단체는 아무도 없었다.

유명인의 연설을 대행하는 기관들은 주요 고객인 금융기관 등이 금융위기로 타격을 받는 등 기업들이 행사를 취소하거나 외부 연사 초청을 줄이면서 내년도 강연 예약이 줄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과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등 187명의 연사들을 대행하는 워싱턴 스피커스 뷰로의 버니 스웨인 회장은 금융기관의 강연 예약이 지난 2개월 간 작년 동기에 비해 20%나 줄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보험회사 AIG의 경우만 해도 검찰이 경영진의 보수와 과다한 경비지출을 문제삼으면서 160개가 넘는 회의 행사를 취소하기도 했다.

어려운 경제환경을 감안해 강연료를 낮추는 연사들도 나타나고 있다.

아메리칸 프로그램 뷰로의 로버트 워커 최고경영자(CEO)는 통상 한 번 강연에 7만5천달러(약 1억1천만원)를 받았던 방송계의 한 유명인사는 평소의 3분의 1 가격에 강연 계약을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각종 행사에서 주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초청되는 스포츠계나 연예계 인사들의 초빙은 최근 줄고 있지만 일부 기업과 전문가 단체 등이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 심각한 주제를 다루는데 주력하면서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 이후 정치 구도의 변화나 경제 문제와 같은 현안을 설명할 수 있는 연사들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많다고 신문은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