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올해 4분기나 내년 1분기 우리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확산(擴散)되고 있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주저앉는다면 2003년 카드사태 당시 이후 처음이다. 더구나 한국은행이 215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어제 발표한 1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54로 떨어졌고,대한상의가 조사한 내년 1분기 BSI도 55로 모두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성장률이 2%대는커녕 그보다 더 낮아질 수도 있는 마당이다. 그런데도 정부나 국회는 위기대응과는 거리가 먼 한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노동부가 상용근로자 5인 이상 7208개 표본사업체에 대한 조사 결과 3분기 근로자 실질임금이 전년 동기보다 2.7% 줄어들면서 7년 만에 처음으로 실질임금 감소를 나타냈다.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으로 인한 경기둔화는 피할 수 없지만,지나치게 빠르고 폭이 넓다는 점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마이너스 성장에 대한 우려는 미국 등 선진국들의 내년 마이너스 성장 전망이 잇따르면서 수출시장 수요가 급속히 줄고,소득감소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마이너스 성장은 말할 것도 없고,2%대 저성장의 경우에도 우리 경제에 미칠 심각한 파장에 대해서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기업 도산과 구조조정 확산에 따른 실업대란,투자감소,내수위축으로 성장잠재력까지 훼손됨으로써 장기 침체의 악순환에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사정이 이처럼 급박한데도 지금 경기대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어 답답하기 짝이 없다. 정부의 33조원 규모 재정지출 감세 등 경기부양책마저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지금 때를 놓쳐버리면 나중에 더 많은 돈을 쏟아붓고도 경기진작 효과를 거두기 어렵게 될 소지가 크다.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정부는 보다 과감하고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고 국회는 당장 경기대책과 관련없는 쌀직불금이니 종부세문제 등에 매달려 여야간 정쟁으로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는 행태를 중단하고 경제위기의 극복을 위해 힘을 모으지 않으면 안된다. 더 이상 실기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