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LG디스펠레이 사장 yskwon@lgdisplay@com>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게 이른바 '나비효과' 이론이다. 참으로 작고 사소한 행동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엄청난 결과를 불러일으키곤 하는 우리네 세상살이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이 이론이 사람들에게 동감을 이끌어냈던 것 같다.

아주 세심한 행동이나 실수로 뜻하지 않은 경험을 한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사실 나이를 먹고 점차 자신의 위치가 올라가다 보면 '큰 그림을 본다'는 미명 아래 자꾸 작은 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작은 디테일을 놓치기 시작하면 결국에는 매사에 정성이 없어지고 사물을 배려하는 태도가 서서히 없어져 결국은 그 '큰 그림'을 놓치게 되는 것인데도 말이다. 일본의 명장 가운데 한 사람인 이시다 미쓰나리는 이름을 떨치기 전,칸온지(觀音寺)라는 절에서 일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루는 막부의 수장인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이 사찰을 찾아 차를 대접할 일이 생겼는데,이시다 미쓰나리는 양과 온도가 각기 다른 차 석 잔을 건넸다. 처음에 큰 잔에 따뜻한 차를 대접한 것은 목이 마른 듯하여 빨리 마실 수 있도록 적당한 온도에 양을 많이 한 것이고,두 번째는 이미 목을 축였으니 차의 향내를 맡을 수 있도록 양을 줄이고 조금 뜨거운 물에 차를 우린 것이며,세 번째는 온전히 차의 향만을 음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도요토미는 그의 세심한 배려에 크게 감동해 그 자리에서 그를 자신의 수하로 삼았고,이시다 미쓰나리는 이를 계기로 명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필자가 인상 깊게 읽은 <디테일의 힘>이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디스플레이 산업도 이제는 '성숙기'에 접어들어 업체 간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체 간의 경쟁력 차이도 눈에 띄게 좁혀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요즘 같이 작은 배려,즉 '디테일의 힘'을 절실히 느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고객에게 주는 작은 감동과 세심한 배려는 상상 이상의 고객 감동과 그 결과를 불러오기도 하고,사소한 실수와 무심함은 반대의 결과를 초래한다. 큰 고객 감동은 바로 고객의 디테일한 요구에 귀기울이는 데서,또 사소한 배려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작은 일은 큰 일을 이루게 하고 디테일은 완벽을 가능케 한다는 말이 있다. 한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현대사회,그리고 요즘 같은 불황에서 '반전'을 위한 성공 요인.바로 디테일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