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부부, 오바마 내외 직접 영접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마침내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로써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으로 선출된 오바마는 `하얀 집(White House)'에 `검은 족적'을 남기게 됐다.

오바마 당선인의 이날 백악관 방문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초청에 의한 것으로, 내년 1월20일 정식 취임에 앞서 향후 4년간 생활할 공간을 둘러보는 `사전답사'의 성격이 강했다.

오바마는 지난 9월말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 의회지도자들과 함께 금융위기에 따른 비상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백악관을 찾는 등 이미 백악관을 방문한 바 있지만 오벌 오피스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국민과 전세계 언론들은 첫 흑인 대통령 당선인의 뜻깊은 백악관 방문을 지켜봤다.

부시 대통령은 당초 같은 당 소속인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부재자 투표를 통해 매케인에게 투표했으나 개표 결과 오바마가 당선된 데 대해 `미국 역사에 남을 승리'라며 환영했다.

◇부시-오바마, 첫 단독회동 = 선거일 이후 줄곧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 머물러왔던 오바마 당선인은 이날 오후 `예비 영부인'인 미셸과 함께 항공편으로 워싱턴 D.C.에 `입성'했다.

부시 대통령은 부인 로라 여사와 함께 백악관 건물 남쪽 현관인 `사우스 포티코'로 나와 당초 예정보다 11분 일찍 검은 캐딜락 당선인 전용차를 타고 도착한 오바마 내외를 맞았다.

비록 레드 카펫이나 환영 음악, 의장대 등은 없었지만 부시 대통령이 마치 외국정상을 만나는 듯한 분위기였다.

부시 대통령은 차에서 내린 오바마 당선인과 악수를 교환했고, 미셸은 로라에게 다가가 포옹하며 인사를 건넸다.

흑백의 차기와 현직 대통령부부가 처음 얼굴을 맞대는 역사적 장면이었다.

날씨도 첫 예비 흑인 대통령의 백악관 방문을 반기는 듯했다.

11월 중순으로 치닫는 하늘은 쾌청했고, 햇살은 포근했으며 울긋불긋한 잎새들을 하나둘씩 털어내고 있는 백악관 주변의 나무들은 마지막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부시 대통령 부부는 내년 1월20일부터 오바마 내외가 `홈(Home)'이라고 부를 `이그저큐티브 맨션'으로 두 방문자를 안내했다.

부시 대통령과 오바마 당선인은 백악관 복도를 거닐어 오벌 오피스로 향하면서 취재진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등 잠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로라 여사는 미셸에게 대통령 내외 숙소 등 백악관 곳곳을 소개하며 향후 백악관 생활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가졌다.

한편, 오바마 당선인의 두 딸은 이날 백악관 초청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차기 대통령 1시간 단독회동 = 부시 대통령과 오바마 당선인은 이날 오벌 오피스에서 1시간 이상 비공개로 회동을 가졌다.

현. 차기 대통령의 대화내용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세계적인 경제위기 대책과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문제, 정권인수문제 등이 주요의제가 됐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날 회동은 화기애애한 가운데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을 마친 뒤 부시 대통령은 오바마 당선인을 대기중인 캐딜락 리무진까지 안내하며 배웅하는 등 예우했다.
미셸은 이날 로라 여사와 환담한 뒤 오바마와 별도로 백악관을 떠났다.

또 오바마는 이날 오후 곧바로 항공편으로 다시 시카고로 돌아갔다.

이날 오바마 당선인의 백악관 방문은 당선 6일만에 전격 이뤄진 것이다.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전 백악관 방문은 늘 있었던 것이지만 이처럼 빠른 시일내에 방문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미국이 전쟁중이라는 점과 경제위기 등 현 상황의 위급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한편, 이날 오벌 오피스로 향하던 중 오바마 당선인이 왼손으로 부시 대통령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는 등 `친숙함'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한 행동연구가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행동은 권력의 추가 오바마에게 넘어갔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