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덕분에 `벼락 스타' 되고 고객 늘어
"오바마, 검소하고 겸손하며 사교적"

"우리 세탁소 단골 고객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저까지 덩달아 스타가 된 느낌입니다.대선 후 '오바마 세탁소'냐면서 우리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년간 꾸준히 이용해온 단골 세탁소인 시카고시 이스트 55번가 골든 터치 세탁소의 주인 김화자(53) 씨는 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후 이른바 '오바마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대선 후 대통령 당선인의 단골 세탁소라고 지역 TV에 방송됐는데요.이후 바느질을 하고 있으면 유리창 밖에서 손을 흔들거나 세탁소로 들어와서 축하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이 많아요.또 여기가 오바마 당선인이 이용하는 세탁소냐고 물어본 다음 그렇다고 대답하면 나가서 세탁물을 가져와 맡기는 신규 고객들도 무척 많이 늘었습니다."

작고한 전 이화여대부속병원장 강신명 박사의 며느리인 김 씨는 1980년 결혼 직후 남편 강덕수(58)씨와 함께 유학온 뒤 1993년부터 시카고시 도심에서 세탁소 경영을 시작했다.

남다른 부지런함과 사교성을 바탕으로 그동안 인수하는 세탁소들마다 몇 배의 수익을 내는 수완을 발휘한 김 씨는 한때 세탁업을 그만할까 하는 마음으로 도심의 세탁소들을 정리했으나 세 아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계속 세탁업을 하기로 마음을 바꾼 뒤 지난해 현재의 세탁소를 인수했다.

당시 주변 친지들은 "흑인들이 사는 동네인데 왜 거기를 가려하느냐" 고 말렸지만 김 씨는 이리 저리 알아본 결과 앞으로는 사우스 사이드 쪽이 전망이 있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린 뒤 집도 아예 근처로 옮겼다며 자신이 차기 대통령의 세탁소 주인으로 유명세를 탈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오바마 당선인 부부는 물론 오바마 당선인의 처가쪽 가족들, 제시 잭슨 목사의 딸과 아들 등 정치인 관련 손님들이 많이 오세요.인수할 당시엔 이 세탁소에 이런 분들이 오시는지 전혀 알지 못했죠."

자신보다 훨씬 더 오래 오바마 부부를 알고 지냈던 예전 주인이 세탁소를 판 것에 대해 아쉬워하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김 씨는 "직접 통화는 안해봤지만 제가 그 입장이라도 참 아쉬울 것 같아요.좀 안팔리고 있던 다른 세탁소와 묶어서 이 세탁소를 내놓으셨는데 그때도 이 가게는 팔고 싶지 않다는 말씀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라고 대답했다.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오바마 티셔츠와 모자 등을 벽에 걸어놓고 자신과 직원들도 모두 오바마 선거운동용 핀을 가슴에 착용했었다는 김 씨는 고객으로서의 오바마 당선인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참 겸손하면서도 사교적인 분이세요.올해 들어서는 기사가 세탁물을 대신 가져오지만 그 전에는 직접 오시곤 했는데 손님들과도 스스럼 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죠. 작은 것에 대해서도 꼭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구요.근검 절약이 몸에 밴 분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단추를 달거나 옷수선을 부탁한 적도 많았고 지난 겨울에는 안감이 낡아서 다 닳은 검은색 겨울 코트를 맡기면서 안감을 갈아달라고 하시더군요."

미셸 여사는 어떤 옷들을 맡기는지 물어보자 김 씨는 "작년에는 캐주얼한 옷들을 많이 맡기셨는데 올해는 행사들이 많아서 그런지 고급스러운 정장들을 많이 가져오셨어요.저렴하든 고급이든 가격과 상관없이 미셸 여사의 옷들은 상당한 패션 감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두 분 모두 옷을 참 잘입는다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라고 대답했다.

김 씨는 대선일 밤 자신의 고객이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기쁨과 함께 또 한가지 즐거움을 누렸다.

"대선일 오후에 선거운동본부 직원이 오셔서 셔츠를 맡기면서 "급하다 빨리 해달라" 고 부탁하더라구요.그런데 그날 밤 그랜트 파크에서 오바마 후보가 당선 연설을 하는 모습을 보니까 그날 저희가 급히 세탁해드린 바로 그 셔츠를 입고 계신거예요.얼마나 뿌듯하던지요."

인터뷰 도중 김 씨가 오바마 당선인이 아직 찾아가지 않은 흰색 셔츠와 그동안 맡겼던 세탁물 영수증을 꺼내보이자 세탁소를 찾은 손님들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오바마 당선인의 셔츠를 바라보며 김 씨에게 "만져봐도 되느냐"고 물어본 매킨리 허드슨 씨는 "생각보다 참 수수하고 평범한 셔츠다.보통 사람들을 위한 대통령다운 셔츠" 라고 말했다.

또 이 세탁소 고객 가운데 열성적인 오바마 지지자로 유명하며 이날도 오바마 티셔츠와 모자를 착용한 패트리시아 로빈슨 씨는 "셔츠뿐 아니라 본인이 지금 여기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농담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로빈슨 씨는 "대선 후 며칠이 지났어도 그 감동은 여전하고 날마다 더 커지는 것 같다.나는 원래 미시간주 출신인데 대학에 다닐때 마틴 루터 킹이 암살됐다는 소식에 가슴이 무너졌었다.오바마의 대선 승리는 우리 흑인들에게 정말 큰 의미를 지닌다.흑인 아이들에게 열심히 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그의 승리는 우리 동네의 큰 경사" 라며 감격스러워했다.

김 씨는 고객들로부터 오바마 가족이 백악관으로 갈테니 단골 고객이 줄어 아쉽겠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며 "대선 후 기사분이 와서는 진짜인지 농담인지 몰라도 "백악관 파티에 가자" 고 말하더군요.

워싱턴 가서도 여기로 세탁물을 가져올 거라고 하길래 "그러지 말고 아예 백악관 지하에 우리 세탁소 지점 하나 차려달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었어요"라고 말했다.

김 씨는 "대통령 당선인의 단골 세탁소로 알려진만큼 앞으로 더욱 열심히 고객들을 위해 일할 것" 이라고 밝혔다.

(시카고연합뉴스) 이경원 통신원 kwchri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