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불능화 조치를 취한 영변 핵시설 재가동 방침을 선언한 가운데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금주 북한을 방문한다고 미 국무부가 27일 밝혔다.

숀 매코맥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힐 차관보가 30일 한국을 들른 뒤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국무부가 전했다. 북한이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지연에 불만을 나타내며 핵신고서 제출내역에 대한 검증체제 합의를 거부하고 영변 핵시설 재가동 방침을 통보한 가운데 힐 차관보의 방북이 이뤄지게 돼 주목된다.

힐 차관보는 지난해 12월 북한의 핵신고가 지연되자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내는 친서를 북측에 전달한 바 있다. 방북이 성사되면 이번이 세 번째다.

매코맥 대변인은 그러나 힐 차관보의 북한 방문 시점과 면담 대상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며 북한을 방문한 뒤 어디를 추가로 들를지도 언급을 피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 문제와 핵신고 내역에 대한 검증체제,미국의 북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소식통은 "힐 차관보가 북한을 방문하면 지난 6월 북한의 핵신고서 제출 이후 진전되던 북핵 문제가 최근 검증체제 문제와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 지연 등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데 대해 북핵문제 및 6자회담을 정상화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지연을 이유로 영변 핵시설 재가동 방침을 통보한 데 대해 북한이 핵신고 검증체제에 합의해야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할 수 있다며 북측에 먼저 검증체제를 받아들일 것을 압박하고 있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해 먼저 합의사항을 이행할 것을 요구하면서 핵시설 가동 조치는 북한을 더욱 더 고립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미국 정부는 북한이 김 국방위원장의 와병설과 영변 핵시설 재가동 움직임 등 강경조치가 비슷한 시기에 일어나고 있는 것과 관련,북한 지도부의 권력 변동 가능성 등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한편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는 이날 힐 차관보의 방북계획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