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연구소 등에 설립된 '창업보육센터'가 기술형 창업의 메카로 떠올랐다. 이곳을 중심으로 해당 대학 졸업생과 재학생들의 창업이 활발해지면서 100만명을 웃도는 청년실업 해소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실업계 고교도 '비즈쿨(bizcool,청소년의 기업가정신과 비즈니스 마인드를 함양하는 학교 내 창업교육 프로그램)'의 운영을 통해 기술형 창업 붐 조성에 한몫하고 있다. 국내 기술형 창업의 터전으로 자리잡은 우수 창업보육센터와 비즈쿨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경북 구미시 양호동에 있는 국립 금오공과대학교 정문을 들어서면 창업보육센터 '이오스(EOS)'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오스관은 2006년 9월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아 지상 4층에 연면적 5640㎡ 규모로 세워진 창업둥지다. 김영식 창업보육센터 센터장은 "이오스관을 신축하면서 실험실이나 대학 부속건물 지하실 등에 흩어져 있던 창업보육센터를 한곳으로 모았다"며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자 입주기업의 매출과 고용이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오스관 신축 전인 2005년에는 22개 입주기업이 총 5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오스관이 들어서면서 눈에 띄게 달라졌다. 9월 현재 입주기업은 34개로 늘었고 총 매출액도 268억원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기술혁신형중소기업(INNO-BIZ) 인증기업도 2배 이상 늘어난 11개사에 달한다. 특히 특허,실용신안 등 지식재산권 수는 17개에서 5배 이상 늘어난 100개에 이른다. 금오공대 창업보육센터는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이달 초 경북도로부터 '최우수 창업보육센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개별 입주기업들의 성장세도 뚜렷하다. 전자파를 막는 휴대폰용 차폐제 등을 생산하는 수퍼나노텍(대표 문홍웅)은 지난해 초 이곳에 입주한 이후 대학 내 연구 인프라를 집중 활용함으로써 큰 성과를 거뒀다. 입주 첫해 매출은 전년의 10배가 넘는 30억원을 돌파했고 대경창투 등 벤처캐피털 업체로부터 20억원의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상처를 흉터 없이 아물게 하는 습윤드레싱제 '이노폼'을 개발,생산하고 있는 원바이오젠(대표 김원일)도 이오스관에 입주한 이후 기존 흉터를 없애주는 드레싱제 '렘스카'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또 수술 후 장기끼리 들러붙는 부작용을 막아주는 '유착방지막'도 선보였다.

금오공대 고분자공학과 출신인 김원일 대표는 "그동안 아는 업체나 선배들의 실험실을 전전하느라 원천기술의 상용화가 어려웠지만 이곳에 들어온 뒤 교수의 자문과 고가의 동물실험 및 분석장비를 이용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기업들은 제품개발과 사업화에 골몰하느라 정부 지원정책 등에는 문외한인 경우가 많다"며 "창업보육센터의 정보 제공으로 약 2억원의 정책자금을 지원받게 된 것도 성공 요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금오공대 창업보육센터는 청년실업 해소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원바이오젠처럼 입주기업 34개 중 15개가 모교 출신 졸업자들이 창업했으며 대다수 입주기업의 경우직원의 절반 이상이 졸업생들로 구성돼 있다.

이재희 창업보육센터 팀장은 "대학 내 창업보육센터는 입주기업들이 언제든 자문할 수 있는 교수진과 컨설팅 인력이 풍부하고 실험장비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 사업 성공률이 일반창업기업보다 훨씬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구미=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