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윳돈 있으면 빚부터 갚으세요!

서울 잠실 주공4단지를 재건축한 레이크팰리스 아파트에 지난해 입주한 박성환씨(37)는 입주 당시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은 3억원 가운데 1억6000만원을 최근 조기 상환했다. 이로써 박씨가 부담해야 할 이자상환액도 월 131만5000원(연 이자율 5.26%)에서 61만3000원으로 확 줄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박씨의 연 소득은 6000만원 정도.박씨는 "앞으로 금리가 계속 오를 것 같아 그동안 가입했던 펀드를 해지하는 대신 대출금부터 갚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전 세계적인 신용 경색으로 인해 국내 시중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금리도 오를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만큼 대출자의 부담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연 5.25%로 1년 만에 0.25%포인트 올렸고 이달에는 동결했다. 일부에서는 내달 한국은행이 대내외적인 금융시장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금리 인하를 할지도 모른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지만 물가와 환율 급등으로 인해 실제 금리 인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상태다.

시장에서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지난 3월 6.64~7.94%였지만 지난주 7.63~9.09%를 기록했다. 6개월 만에 무려 0.99~1.15%포인트나 올랐다. 변동금리도 지난 3월 6.30~7.65%였으나 지난주 6.71~8.21%로 뛰었다.

게다가 일정 기간 이자만 내다가 거치 기간이 끝나 원리금을 나눠 갚아야 하는 대출자들이 올해부터 크게 늘어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거치기간이 끝나는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18조2000억원에서 내년 37조7000억원으로 급증한다. 고객이 은행에서 연 7.2%,15년 만기로 1억원을 대출받았을 경우 3년의 거치기간 중에는 매달 60만원의 이자만 내면 됐지만 거치기간이 끝나면 원금과 이자를 합쳐 12년간 매달 평균 103만9000원을 갚아야 한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원리금 상환액이 전체 소득의 30%를 초과하면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가계에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며 "여윳돈이 있다면 대출금을 줄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고 지점장은 또 "최근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받으면서 동시에 이자를 많이 준다는 CMA(종합자산관리계좌)나 MMF(머니마켓펀드) 등의 통장에 돈을 넣어 두는 경우가 많은데 CMA 등에서 받는 이자가 아무리 높아봐야 마이너스 통장의 대출금리를 넘지는 않는다"면서 "이 경우 우선적으로 마이너스 통장 대출부터 갚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