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저는 서울 방배동에서 '향기로운 꽃세상'이란 상호로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정조(41)입니다. 점포는 지하철 7호선 내방역과 함지박 사거리 사이에 있는 대로변 건물 1층에 있습니다.

매장 면적은 약 30㎡(9평) 규모이고 점포 앞에 화분을 배치할 공간이 있습니다. 점포는 아내와 제가 함께 운영하고 있고 종업원은 별도로 두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중소 건설회사에서 일하다가 외환위기 때 회사가 부도 나서 실직한 후 압구정동에 있는 꽃집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경험을 바탕으로 4년 전에 '향기로운 꽃세상'이란 상호로 운영되던 현재 꽃집을 인수했습니다. .

인수비용으로 보증금 900만원,권리금 7000만원 등 모두 7900만원이 들었습니다. 매달 임차료는 관리비를 포함해 103만원을 내고 있습니다. 인수 당시 일부 시설을 보수하긴 했으나 상호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큰 변화없이 매장을 운영해 왔습니다. 개업한지 4년이 지났지만 매출에 큰 변동이 없습니다. 성수기인 2월부터 5월까지는 월 1000만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지만 그외에는 월 400~500만원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한달에 500만원 매출을 올려도 임차료는 103만원과 꽃구입비 250만원,포장재와 소품비 약 100만원,공과금 등을 제하면 남는 게 전혀 없습니다.

매출을 늘리기 위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광고도 해봤지만 인터넷으로는 주문이 거의 없는 편이고 전화 문의도 하루 1~2회 정도로 결과가 신통치 않습니다.

부부가 함께 꽃집을 운영하면 그럭저럭 살아갈 만한 수익은 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고 열심히 하면 매출이 오를 거라 생각했지만 전혀 발전이 없어 걱정입니다.

꽃집 운영에 전망이 없다면 업종을 바꾸는 것도 고려하고 있으나 건물주가 현재 점포 자리에서 음식점이나 주점을 내는 것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여의치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점포를 활성화시켜 매출을 늘릴 수 있는지,매장 운영에 문제는 없는지 알고 싶습니다.


매장 이미지 화사·우아하게 개선
꽃·선물점으로 업종전환 해볼만

고유가와 생활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업종 중 하나가 꽃집입니다. 꽃집에 대해서는 경기에 민감하고 경쟁이 치열한 데다 부가가치가 낮아 비전이 없다는 시각과 업무용 수요 외에 일상 생활용으로 꽃소비가 매년 증가하기 때문에 괜찮다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의뢰인의 점포는 판매 감소를 겪진 않았지만 매출이 원래 부진했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습니다. 감가상각비나 지불금리,점주 부부의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손익분기점은 월 1000만원이 넘습니다. 우선 비수기 매출을 현재보다 50% 증가한 750만원 정도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매장 운영을 전반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우선 매장의 가치를 업그레이드하는 게 시급합니다. 자금 여력 부족으로 대대적인 리뉴얼은 어렵지만 간판 교체와 디스플레이 개선,부분적인 시설 개보수 등을 통해 매장 이미지를 바꿀 수 있습니다. 꽃집과 어울리지 않는 간판부터 교체해야 합니다. 녹색과 붉은색 위주의 간판을 흰색 계열로 고급스럽게 바꾸고 상호도 웰빙을 강조한 이름으로 바꾸는 게 좋습니다. 고정 단골층이 두터우면 상호를 교체하는 게 어렵지만 현재 매출을 고려해 보면 신장개업 수준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상품 진열 방식도 개선해야 합니다. 매장 전면에 꾸며 놓은 옥외 진열공간은 손님이 쉽게 매장으로 들어오기 위한 유인상품과 판촉상품,기념일 상품들을 배치하고 입구 쪽에는 젊은 층을 겨냥해 중저가 상품,내부에는 고가나 이벤트 상품을 진열하는 게 유리합니다. 밀폐형 쇼케이스에는 생화를 빼고 아크릴이나 유리병 소재의 화분들을 진열해 통일감을 주는 게 좋습니다.

의뢰인이 고려하는 업종 변경은 건물주가 음식업이나 주류업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다만 꽃과 접목해 부가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복합 매장으로 바꾸는 것은 가능합니다. 커피 등 음료를 판매하는 '꽃카페'보다는 상품 진열 자체가 인테리어 역할을 할 수 있는 인테리어 소품이나 허브용품 등을 병행 판매하는 '꽃·선물용품 매장'이 적합합니다. .

주요 고객층인 20~30대 여성은 상품의 다양성과 디자인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가격대별과 종류별 꽃다발과 꽃바구니 상품을 보다 많이 개발해 내놓고 고객들에게 충분한 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게 필요합니다.

과자나 과일 초콜릿 등이 포함된 꽃바구니 상품을 개발하면 인근 경쟁점포와 차별화하는 데도 효과적입니다. 상품별 사진을 매장에 부착하거나 사진이 들어간 카탈로그나 책받침 스티커 등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상품을 쉽게 보여주는 환경을 조성하고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또 꽃에 대한 그동안의 노하우를 소책자로 구성해 손님에게 제공하고 무료 꽃씨 증정 행사나 생일 및 결혼기념일 이벤트 등을 여는 등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야 합니다.

정리=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
입지 : 아파트 적은 일반 주택가 상권…웰빙형-생계형 소비문화 뒤섞여

서초구 방배동은 상문고와 동덕여고 등이 있고 서울고와 가까운 강남 8학군 지역으로,강남구 대치동 등과 함께 교육 바람이 거세기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또 남쪽에 우면산이 있고 북쪽으로 한강이 흐르는 쾌적한 주거환경 때문에 1980년대 중반까지 고급 주택가로 크게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급성장한 다른 강남권에 비해 지난 20여년간 상대적으로 발전 속도가 떨어진 지역이기도 합니다.

방배동 상권은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동작구와 인접한 지리적 여건상 아직까지 고소득층의 웰빙형과 서민층의 생계형이 함께 어우러지는 소비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입 고급차 전시장 옆에 재래시장에 있을 법한 야채가게가 있고 이곳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광경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의뢰인의 점포가 있는 내방역 인근은 인구수나 가구수를 감안해 보면 전국 평균치에 가깝지만 아파트 비율이 20%를 넘지 않는 전형적인 일반 주택가 상권입니다. 방배역에서 이수교차로에 이르는 방배로에는 업종 구분 없이 저층 건물의 상가가 이어져 있지만 대로변과 주택가의 거리가 짧은 편이어서 상권의 응집력은 크지 않은 편입니다. 하지만 전국에서 피부관리점이나 발관리전문점이 가장 많을 정도로 일반 주민과 직장인들의 소비가 절묘하게 결합돼 탄탄한 소비 인프라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내방역 인근에 있는 점포들은 테이크아웃 커피점이나 음식점,판매업,개인서비스업 구분 없이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걸림돌 : 간판만 보면 저가위주 동네꽃집…마케팅 특색 없고 단골손님도 적어

의뢰인의 점포는 간판 등 외관이나 인테리어,상품 진열방식 등에서 저가 위주의 꽃이나 화분을 파는 동네 꽃집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소비수준이 비교적 높은 지역에 있고 유동 인구를 고객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대로변에 위치한 입지와는 맞지 않습니다. 외제 고급차를 몰고온 소비자가 우연히 지나다가 꽃을 구입하고 싶어도 외관에서 느껴지는 이미지 때문에 들어오길 꺼릴 수 있습니다. 외부에 설치한 화단도 질서가 없고 부가 매출을 올리려고 갖다 놓은 커피 자판기도 꽃집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특히 인근에 나중에 들어선 경쟁 점포가 갤러리 수준으로 인테리어를 꾸미고 디스플레이도 모던하게 연출한 것과 대조를 이룹니다. 점주는 상권이 점차 고급화되는 경향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에 맞춰 매장에 변화를 주는 데 소홀했습니다.

인근에 경쟁 점포가 많은 것도 매출이 늘지 않는 이유입니다. 전국 평균 3125명당 1개꼴인 꽃집이 방배동 상권에서는 2000명당 1개꼴로 있습니다. 결국 자본력이나 마케팅력,기술력 등이 성패를 좌우하지만 의뢰인의 점포는 딱히 내세울 만한 장점이 없습니다. 주변에 대형 사무실 건물이 많지 않은 데다 이주비율이 높지 않아 선물이나 기념용 고급 상품에 대한 수요가 부족한 것도 매출이 부진한 원인입니다. 점포를 운영한 지 4년이 지났는데도 단골 손님이 적고 유동 인구에 기대는 영업 방식도 문제입니다. 꽃은 목적형 구매 상품에 속하기 때문에 단골 고객이 얼마나 많은가에 매출의 지속성이 달려 있습니다.

--------------------------
◆ 상담해 드립니다

중소기업청과 한국경제신문사는 자영업자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자영업 무료 컨설팅'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합니다. 고민을 알려 주시면 창업 컨설턴트,상권 분석가,음식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컨설팅 봉사단 자문위원들이 매장을 실사한 뒤 문제점을 진단,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상담 접수는 한경창업센터(www.hankyung.com/changup 또는 (02)2264-2334)로 하시면 됩니다.


◆ 도와주신분들

김형영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정책과장

최재희 한국창업컨설팅그룹 대표

박민구 맛깔컨설팅 소장

최재봉 연합창업컨설팅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