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 경색과 증시불황, 경기침체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일부 대기업들이 알짜 계열사 매각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들 대기업은 최근 몇 년간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면서 ‘몸집 불리기’에 주력했던 기업으로, 국내외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자금난에 봉착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1일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금호생명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는 당초 금호생명을 상장한 뒤 일부 지분 매각으로 유동성 위기를 돌파하려고 했으나 증시 침체로 기업공개가 어려워지자 경영권 전체를 넘기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는 주식시장에서 지난 2006년 12월 대우건설, 지난 1월 대한통운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가 자금 경색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는데 따른 조치로 분석된다.

지난 2006년 12월 서울증권(현 유진투자증권)을 인수했던 유진그룹도 그룹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유진투자증권을 재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유진투자증권 매각은)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그룹을 재정비 하는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으나 지난해 하이마트 인수 이후 시장에 떠돌고 있는 유동성 위기설을 무마하려는 조치가 아니냐는 게 업계 반응이다.

유진그룹은 하이마트 인수하기 위해 1조1000억원을 외부에서 차입한데다 건설분야에서 발생한 미분양 문제로 재무부담이 커진 상태다.

C&해운으로 출발해 C&상선과 C&중공업, C&우방 등 굵직한 M&A로 일약 거대 그룹으로 성장한 C&그룹도 경남 거제에 건설 중인 C&중공업 제2 조선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거제 조선소는 지난해 12월 인수한 신우조선해양(조선기자재업체)의 모태로, C&중공업은 거제 조선소를 국내 대형 조선업체에 매각하고 전남 목포 제1 조선소 건설에 집중할 방침이다.

C&중공업은 지난달 말 시설투자에 필요한 1700억원을 대출받는데 실패한 뒤 거제 조선소 건설 공사를 중단했다.

M&A 선두주자인 프라임그룹도 지난 2006년 인수한 동아건설 매입 자금 조달과 사업영역 재편 등을 위해 지난해 8월 아바타 쇼핑몰을 코람코자산신탁에 1700억원에 매각한데 이어 올 봄에는 신도림 테크노마트 사무동을 싱가포르 아센다스에 3000억원에 넘긴 바 있다.

디지털뉴스팀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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