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ㆍ車ㆍ마트 … 작은게 좋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

그동안 '큰 것이 좋다'며 규모의 경제를 대변했던 미국에 소형화 바람이 불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 보도했다. 미 경제가 고유가와 환경 문제 등에 직면하면서 소형 차를 선호하고 집 크기도 줄이는 경향이 나타나는 가운데 식품점 규모까지 작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 식품마케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식품점의 평균 넓이는 4413㎡를 기록했다. 20년간 증가하기만 하던 점포 평균 면적이 처음으로 줄어든 것이다. 소비자들이 상품 종류가 많은 것을 좋아한다는 믿음 속에 6만여종의 상품을 다루는 축구장 크기의 매장을 지어 오던 추세가 뒤집혔다는 분석이다.

영국계 유통업체인 테스코는 지난해 가을 미국에 진출하면서 라스베이거스에 929㎡ 크기의 식품점을 개설한 것을 시작으로 네바다와 애리조나,남부 캘리포니아주에 72개 매장을 열었다. 자이언트 이글은 보통 매장 면적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자이언트 이글 익스프레스'를 지난해 피츠버그 인근에 열었다. 월마트도 이번 가을 피닉스 지역에 4개의 소형 매장을 열 계획이다.

식품마케팅연구소 관계자는 "넓은 매장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뺏기는 대형 매장 대신 자신이 원하는 몇 가지 물품이나 조리 식품을 쉽게 고를 수 있는 소형 슈퍼마켓이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소형 차들도 고유가를 업고 인기를 끌고 있다. 오토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간 신차 판매는 작년 동기보다 10.5% 줄었지만 소형 차는 오히려 10.9% 늘었다. 올해 미국 내 소형 차 판매는 1980년대 이후 처음으로 3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저택을 선호하던 추세도 바뀌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주택업체인 텀블위드는 올 들어 10~70m²크기의 소형 주택 5채와 설계도면 50여장을 팔았다. 지난해 이 정도 규모의 소형 주택 판매 실적은 단 한 채에 불과했다. 텍사스의 소형주택 전문업체인 타이니텍사스하우스는 올 들어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20여채의 소형 주택을 지어 팔았다. 아이오와의 시민단체인 소형주택사회 설립자인 그레고리 존슨은 "고유가와 주택가격 하락 등의 여파로 가격이 싸고 수리와 연료비가 적게 드는 소형 주택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