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11일 국내 중국 유학생 대표 30여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베이징올림픽을 전후로 중국 사회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반한(反韓)감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교과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서울 강원 부산 등 전국 각지의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어학연수를 받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 30명이 참석했다. 안 장관은 이들로부터 애로사항을 듣는 한편 '혐한' 정서를 해소하는 데 유학생들이 적극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안 장관이 간단한 중국어로 먼저 인사를 건네자 유학생들은 환호하며 박수를 쳤고 "편하게 하고 싶은 얘기 실컷 하라"는 말에 건의사항을 쏟아냈다.

고려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첸주씨(31)는 "한국 대학에 장학금 종류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외국인 유학생에 대해서는 등록금의 일부를 면제해 주는 것 외에 별 혜택이 없다"며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도 많은데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혜택을 늘려달라"고 건의했다.

진메이즈씨(25ㆍ숙명여대 국어국문과)는 "건강보험료 월 6만원은 유학생에게는 부담"이라며 "아플 때 병원에 부담없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꾸어린씨(26ㆍ고려대 경영학과)는 "6월에 입학했는데 기숙사 신청이 5월에 이미 끝나버려 집을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며 "처음 한국에 온 유학생을 위해 첫 학기는 기숙사에 입주할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고 말했다.

류쒸엔쒸엔씨(25ㆍ서울여대 언론영상학과)는 "연말에 졸업하고 한국에서 취직하고 싶지만 체류 기간(6개월) 문제 때문에 취직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체류 기간 연장을 주문했다.

중국 유학생들의 건의가 쏟아지자 안 장관은 "매우 공감한다"며 "앞으로 대학 평가 때 '유학생 배려 정도'를 평가 항목으로 집어넣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내 반한정서는 잘못된 정보들이 인터넷을 통해 전파된 것이 주요 요인 중 하나"라며 "한국 내 중국 유학생들이 친한파가 돼 잘못된 현상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신강탁 교과부 재외동포교육과장은 "향후 아시아 국가의 유학생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한두 차례 더 실시해 중국은 물론 아시아지역 내 한국 이미지를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외국인 유학생의 긍정적 한국인식 제고 방안'을 수립,시행하고 주요 거점 지역에 유학생 공동기숙사 건립과 대학별 중국 학생단체 양성화를 지원할 방침이다. 또 서울대 공대와 삼성전자의 산학협력 등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키로 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