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도시와 건물로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들은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한 '탄소 제로 도시'(Zero-Carbon City)'탄소 중립 도시'(Carbon-Neutral City) '탄소 제로 주택(그린홈)' 등의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 중이다.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도시계획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건물마다 태양광이나 풍력을 이용하는 자체 발전설비를 설치토록 유도하고,보조금 정책으로 에너지 자립형 주택을 도시 곳곳에 보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탄소 제로 프로젝트들이 줄을 잇고 있다. '제2기 동탄신도시 탄소 제로 도시 개발''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신재생에너지 타운 개발''전남 태양도시(Sun-City) 조성' 등이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은 신재생에너지 설비 등으로 다른 개발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건축비가 높아져 건물 분양이 힘들 수밖에 없다"며 "용적률 등에서 인센티브가 가능한 도시계획이 마련돼야 사업도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건물 에너지 고효율화로 탄소 감축

에너지 관련 단체들에 따르면 에너지 사용량을 10% 줄이면 에너지 수입액의 7.6%, CO₂발생량의 8%가량을 각각 줄일 수 있다. 국내 건축물의 에너지 소비 비중은 23%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송낙헌 강원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시계획학)은 "건축물의 에너지 고효율화는 탄소 배출량을 상대적으로 쉽게 많이 감축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라며 "에너지 절감형 도시계획과 건축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노후건물을 약간만 개조하면 에너지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독일은 프랑크푸르트 인근 도시인 만하임에서 1930년대에 지어진 2층 주택 24가구를 리모델링,㎡당 1시간 소요전력을 185㎾에서 57㎾로 69.2%나 절감했다. 리모델링 내용은 태양열 설비와 2중창,열교환형 환기장치를 설치하고 단열을 보강한 정도다.

국내 한 연구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당 138㎾h인 에너지 절약 설계기준을 독일 기준(㎡당 70㎾h)으로 바꾸면 5년간 에너지 수입비용은 1조7000억원, CO₂는 570만t 감축되는 것으로 계산됐다. 300만가구의 창호를 고효율 자재로 바꾸면 연간 에너지 비용은 1조2000억원,CO₂는 430만t 각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 조명의 30%를 LED로 교체하면 1조4000억원과 580만t을 각각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걸림돌 제거가 관건

일본 건축학회에 따르면 건축물의 수명을 나타내는 생애주기비용(Life Cycle Cost) 중에서 초기 투자비는 16.4%인 반면 유지 관리에 들어간 지출은 무려 83.6%에 이른다.

유지관리비에서 에너지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계 단계에서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가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화를 좌우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1984년부터 2000년까지 14년에 걸쳐 ㎡당 140㎾h인 에너지절약 설계기준을 절반으로 낮춘 독일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등급이 권장기준이라는 것도 에너지절감 노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전체 건물의 에너지원단위(건물 연면적당 에너지소비량)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지식경제부의 에너지총조사보고서에 따르면 1995년과 2004년 사이 건축물 에너지원단위는 아파트가 17.6% 개선됐으나 전체 건축물은 오히려 7.7% 악화됐다. 대부분의 건축물이 에너지 절약보다는 대형화,복합화,자동화에 집착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에너지 소비행태에 대한 통계자료도 제대로 축적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온실가스 의무 감축국 지정에 대비해 감축량을 할당할 때 적지 않은 혼선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인센티브로 참여 유도해야

독일은 옛 서독지역의 노후주택 38만가구의 주택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4조원을 융자했고,동독지역의 건물 근대화기금으로 39조원을 조성해 투입하고 있다. 또 건물보수에 들어간 비용의 20~50%를 세액공제해 주거나 직접 보조해 준다.

오스트리아는 자치단체를 통해 친환경 난방설비 설치비를 지급한다. 오버외스터라이히주에선 태양열 난방설비를 갖춘 주택(3가구 이하)을 지을 때 기본 보조금 1100유로(170만원)를 준다.

한국도 대형 건물의 보일러 교체 등으로 제한하고 있는 지원 대상을 노후건물 개보수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도시계획을 확 바꿔 탄소 제로 도시 개발 때에는 용적률 등에서 인센티브를 제공,민간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안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민간 건설업체는 건축비를 낮춰 분양률을 높이려 하고,주택수요자는 상대적으로 싼 값에 내집 마련을 원하는 상황에서 높은 분양가의 에너지 절약형 단지는 관심을 끌기 힘들다"(A건설업체 주택사업본부장)는 점에서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