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미러 접기, 대형차 뒤에 붙기, 기어 중립에 두기

고유가 시대를 맞아 연비를 높이는 운전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똑같은 연비의 자동차라도 누가 어떻게 운전하느냐에 따라 실제 연비는 천차만별이다. 자동차 업체들이 개최하는 '연비왕'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운전자들은 한 번 주유하고 1000㎞ 이상을 달렸고,1ℓ로 무려 49㎞를 운행하기도 했다. 연비를 높이는 운전 테크닉이 관심을 끌면서 급가속,급제동,급출발 등 '3급 피하기'는 물론 정체 불명의 운전법들이 온라인 자동차 동호회 게시판에 나돌고 있다.

연비 높이기도 중요하지만 운전의 첫 번째 원칙은 안전이다. 아무리 기름값이 덜 들더라도 안전을 위협한다면 '곡예운전'이나 다름없다. 레이싱 선수들이나 구사할 법한 연비 운전법을 무리하게 따라하다가는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의 조언으로 일반인들이 피해야 할 위험한 연비운전법과 잘못 알려진 연비운전 상식 등을 짚어본다.

◆사이드미러 접고 달리기=고속에서 사이드미러를 접으면 차가 받는 공기저항을 줄여 연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사이드미러를 접고 달리면 차선변경과 차선엄수,뒷 차량 견제 등이 어려워져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절대 따라해선 안된다.

◆트럭,버스 등 대형차 뒤에서 주행하기=레이싱 경기에서 앞 차를 치고 나갈 때 레이싱 선수들이 주로 이용하는 기법이다. 고속주행 시 받는 공기저항을 일정 부분 제거해 연비를 개선시키지만 앞 차와의 간격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전문 드라이버가 아닌 일반인들은 대형 추돌 사고를 일으킬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타이어 공기압 높이기=타이어가 도로와 맞닿는 면적이 적을수록 지면 마찰이 감소해 연비가 높아진다. 하지만 타이어 공기압을 40psi 이상으로 과도하게 높이면 앞바퀴 회전축에 이상이 생겨 조향(차량 방향을 바꾸는 것)이 불안정해진다. 요철이 심한 도로를 달릴 때엔 바퀴가 충격을 받아 터지거나 바람이 빠져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공기압은 적정 공기압을 약간 상회하는 35psi 정도만 유지해도 연비운전에 충분하다.

◆내리막길에 기어 중립(N) 두기=내리막길에서는 자동차가 관성을 받아 가속력이 높아지면서 제어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때 기어를 중립(N)에 두면 가뜩이나 부족해진 제어기능이 더 떨어져 풋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과열되는 등 안전문제가 생긴다. 내리막길에선 기어를 드라이브(D)에 놓고 운행하는 것이 좋다.

◆와이퍼·전조등 끄기=와이퍼나 전조등 같은 전기장치를 끄면 제너레이터 가동을 줄여 연료의 2~3% 정도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비오는 날 와이퍼를 작동시키지 않고 야간이나 빗길에 전조등을 끄면 운전에서 가장 중요한 시야 확보가 어려워져 큰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일을 피해야 한다.

◆아침에 주유하기=아침엔 기온이 낮아 휘발유 등 연료의 밀도가 높아져 연비가 높아진다는 얘기가 있지만 검증된 사실은 아니다. 무더운 여름철을 제외하고는 기름이 일단 주유기를 통과하면 온도가 비슷해져 밀도 차이가 거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연료통 절반만 채우기=연료통에 기름을 적게 채우면 차량 무게가 가벼워져 그만큼 연비가 좋아진다. 일반적으로 차량 무게가 10kg 줄어들면 연비가 6%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막힘없이 달리는 고속도로에선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고속에선 자동차가 관성에 의해 가속을 받아 무게와 연비의 상관관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