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씬하게 잘 빠진 재규어 XF에 올랐다. 버튼시동 스마트키를 누르자,기어박스가 있는 곳에서 동그란 변속레버가 스르르 솟아올랐다. XF에 최초로 장착된 '재규어 드라이브 셀렉터'다. 오른손에 살며시 쥐고 좌우로 돌리면,주차(P)부터 후진(R),중립(N),주행(D),역동 주행(S)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살짝만 돌려도 변속 반응이 무척 빨랐다.

XF는 스포츠쿠페 스타일의 5인승 세단으로 2700㏄ 디젤엔진을 장착했다. 차체 길이(4961㎜)와 공차중량(1850㎏)에 비해 엔진이 좀 작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최고출력 207마력에 최대 토크 44.4㎏·m 강한 힘을 발휘했다. 특히 1900rpm의 낮은 회전수에서 최대 토크를 내는 게 인상적이었다. 주행(D)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니 부드럽게 속도가 올라갔지만 강하게 치고 나갈 것이란 기대에는 다소 못 미쳤다. 하지만 변속레버를 역동 주행(S)으로 바꾸자,비로소 본 모습을 드러냈다. 1000~2000rpm이던 엔진 회전수가 즉각 2000~3000rpm으로 올라가면서 폭발적인 힘을 냈다. 마치 잘 생긴 미남 배우가 파이터로 변신한 듯한 모습이었다.

XF의 운전대에는 좌우 양측에 수동변속 패들도 장착돼 있다. 수동 운전의 재미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

창문을 닫은 상태에서 속도를 많이 내도 소음이나 진동이 별로 없는 점은 XF의 큰 장점이다. 압축 탄소강으로 제작된 실린더 블록과 2차 방음재 등을 장착해 소음·진동을 줄였다는 게 재규어 측 설명이다. XF를 타보면 요즘 출시되는 디젤 승용차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바람 저항을 획기적으로 낮춰주는 공기역학 디자인은 풍절음을 줄이는 데 적지 않게 기여한 것으로 보였다.

실내 디자인 역시 흠잡을 곳이 별로 없다. 간단한 손동작 만으로 실내등을 켜거나 글로브 박스를 열 수 있게 만든 아이디어(재규어 센스)가 참신했고 성인 5명이 편안하게 앉을 만큼 실내공간도 넉넉하다. 축거(앞바퀴와 뒷바퀴 간 거리)가 2909㎜에 달할 정도로 길어서다. 트렁크 공간 역시 540ℓ로 넓다. 다만 실내에서 내장 시계를 한눈에 보기가 어려웠다. 내비게이션도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에는 다소 미흡한 듯하다. 공인연비가 ℓ당 12.2㎞이지만,실제 주행연비가 10㎞ 안팎으로 기대보다는 못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