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魚청장 경질불가'...사태진화될지 주목

취임후 사실상 3번째 유감표명

이명박 대통령이 9일 정부의 `종교편향' 논란에 대한 불교계의 반발을 진정시키기 위해 머리를 숙였다.

어청수 경찰청장의 기독교 집회 포스터 등장, 국토해양부 지리정보사이트인 '알고가'의 교회 정보 누락 등을 계기로 불교계의 반발이 처음 표면화되기 시작한 지난 6월25일 이후 꼭 76일 만이다.

정부.여당의 전방위적인 불교계 달래기 노력에도 불구, 성난 불심이 가라앉기는 커녕 점점 악화될 기미를 보이자 이 대통령이 유감표명을 하며 직접 사태진화에 나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본의는 아니겠지만 일부 공직자가 종교 편향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그런 언행이 있어서 불교계가 마음이 상하게 된 것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무위원들도 관심을 갖고 철저히 교육시켜 주기 바란다"는 당부도 했다.

이 대통령이 공개 유감의 뜻을 표명한 것은 `쇠고기 파동'과 관련한 지난 5월22일, 6월19일의 2차례 대국민사과에 이어 3번째로, 대통령이 직접 머리를 숙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서는 이번 불교계 사태를 원만히 수습할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5일 "공직자들은 종교문제와 관련해 국민화합을 해치는 언동이나 업무처리를 해서는 안된다.

관련 부처에서 법과 제도적인 개선책을 강구해달라"며 종교편향논란에 대한 특단의 대책마련을 청와대 수석들에게 지시했었다.

하지만 불교계는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가 없다'며 계속 반발해 왔다.

불교계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추석 연휴 이후 지역별로 정부의 종교편향을 규탄하는 범불교도대회를 열기로 하는 등 대(對)정부 압박수위를 높여왔다.

추석 연휴를 국정 대반전의 기회로 삼으려는 이 대통령 입장에선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게 청와대 참모들의 설명이다.

특히 누구보다 `추석의 효과'를 잘 아는 이 대통령으로선 추석 전 불교계와의 갈등을 조속히 해소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은 2년 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민심의 흐름에 민감한 추석을 계기로 지지율에서 자신을 월등히 앞섰던 당내 경쟁자 박근혜 전 대표를 따라잡았던 경험을 갖고 있다.

이 대통령은 현재 이번 추석 연휴(9월13∼15일)를 계기로 취임 6개월 간의 국정난맥상을 떨쳐 버리고 확실하게 국정을 장악함으로써 `이명박 정부'의 실질적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과 국회 원로들의 잇단 청와대 압박도 이 대통령의 결단을 앞당기는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최근 여러 경로를 통해 청와대에 이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했고, 지난 5일에는 김형오 국회의장과 이윤성, 문희상 국회부의장이 청와대 만찬에서 이 대통령에게 조속한 사태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마련을 주문했었다.

문제는 불교계의 반응이다.

불교계가 이번 조치를 받아들이면 갈등이 가라앉겠지만 그렇지 않고 반발이 여전할 경우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불교계에선 종교편향의 대표적 인물로 지목하고 있는 어청수 경찰청장에 대한 문책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 대통령은 `경질불가' 입장을 고수한 채 일단 어 청장에게 불교계를 찾아가 사과할 것을 지시하는 선에서 마무리할 뜻을 내비쳐 불교계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여권 일각에선 사태의 확실한 진화를 위해 여전히 `어청수 문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어 청장이 부적절한 처신을 한 점이 분명히 있고, 본인으로 인해 사태가 꼬인 측면도 있는 만큼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유감 표명과 공무원 종교편향 금지 명문화 조치를 통해 불교계와의 갈등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청와대 한 관계자는 "불교계 내부에서도 강경파가 있는 만큼 향후 사태 추이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 기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