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원 <서강대 교수ㆍ경제학>

정부가 1일 발표한 세제 개편안은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와 보유세의 부분적 완화,상속세율의 인하 및 가업상속에 대한 세부담 완화 등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등의 개편은 중산서민층의 주거생활 안정과 주택시장의 정상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가업상속의 개선은 기업,특히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수년간 얇아진 중산층을 다시 두텁게 하고 저소득 서민층이 안정된 삶을 누릴 뿐 아니라 중산층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올바른 정책방향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넉넉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만 부동산 정책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1가구 1주택 양도세 부담의 완화와 상속세 완화는 거주이전과 주거수준의 향상 등 주택시장에서의 이동성을 높임으로써 중산서민층의 주거복지향상에 기여하고,주택시장의 정상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1가구 1주택에 대한 양도세 완화와 종부세의 부분적 조정은 대량의 미분양 주택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규주택시장을 회복시키려는 의도다. 그러나 이번 개편으로 이러한 효과가 만족스러울 만큼 나타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장담하기 어렵다.

장기보유특별공제의 확대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우선 1가구 1주택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여타의 자산에 대해서는 물가상승에 의한 양도소득의 과대평가를 조정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또 1가구 1주택에 대해서는 인위적인 장기보유 유인으로 이른바 동결효과를 초래해 주택시장을 왜곡하는 문제가 있다.

지금 상황이 매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사태를 어렵게 만든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그동안 반복되어온 냉온탕식 정책이었다. 공급자나 수요자 모두 사태가 악화되면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해 줄 것이란 기대를 갖게 됐기 때문에 나타난 도덕적 해이가 이러한 사태를 가져온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당장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주는 정책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조세의 정상화란 관점에서 본다면 자산보유세의 합리화가 훨씬 더 중요한 과제다. 특히 종부세 문제는 가능한 한 빨리 해결해야할 문제다. 겉보기에는 부자가 부자로서의 책임을 지게 하는 정의로운 제도 같지만 민주주의의 근간인 투표제도를 왜곡한 포퓰리스트 정책의 전형이고,우리의 경제뿐 아니라 사회와 정치를 병들게 하는 강력한 병원체를 내포하고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중산서민층의 주거안정과 주거복지 향상이란 관점에서도 과도한 보유세는 매우 부정적인 장치다. 세부담이 수평적으로 공평하기 어렵고 과도한 현금흐름의 부담을 발생시켜 연금생활자 등 현금흐름이 제약된 가계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세금 때문에 하락한 집값은 바로 그 세금의 증가 때문에 주거비의 하락으로 연결되지 못한다. 더구나 장기적으로는 무거운 보유세 부담이 주택의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들에 비추어 개편안에 제시된 종부세 개편내용은 매우 미흡하다.

격화되는 국가 간 조세경쟁과 주요국들의 상속세 완화 추세를 감안할 때 상속증여세율을 하향조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업상속에 대한 세부담을 완화하는 것은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기업인들의 의욕향상에 기여 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피상속인뿐 아니라 상속인의 지속적이고 성공적인 기업운용이 상속세 감면과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기업의 상속도 주식의 할증 평가 제도를 해소하고 무리한 포괄주의도 완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