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프로배구 여자부 정규리그 최하위에 그쳤던 현대건설이 한 단계 나아진 전력을 보여줬다.

정규리그에 앞선 자유계약(FA) 시장에서 주전 세터 이숙자와 센터 정대영을 GS칼텍스에 내준 공백을 이겨내지 못하고 4승24패로 `꼴찌'의 수모를 당한 현대건설은 시즌을 마친 뒤 발 빠르게 전력 공백을 채워나갔다.

가장 큰 변화는 티파니를 대신해 들어온 외국인 레프트 아우리 크루즈.
푸에르토리코 국가대표 크루즈는 28일 GS칼텍스와 맞붙은 기업은행배 양산프로배구 개막전에서 양팀 최다인 34점을 뽑아내면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서브에이스 한 개가 모자라 데뷔전 `트리플 크라운'(후위공격.블로킹.서브에이스 각 3개)의 진기록을 놓쳤지만 다방면의 재능을 보여줬고 외국인선수답지 않은 정확한 수비 실력도 합격점을 받았다.

실책 12개를 범한 것이 `옥의 티'지만 벌써 한국말로 "자기야 사랑해"라는 말을 익혀 동료에게 써먹을 정도로 적응력도 뛰어나 세터와 손발만 잘 맞춘다면 성공한 외국인 선수로 자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KT&G에서 FA로 풀린 살림꾼 박경낭을 영입한 것도 든든하다.

라이트임에도 불구하고 수비와 서브리시브에 일가견이 있는 박경낭이 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수비력이 한결 나아졌고 주전의 평균 연령도 높아져 안정감을 찾았다.

지난 시즌 신인왕 경합에서 아쉽게 배유나에게 밀린 차세대 간판 센터 양효진은 날이 갈수록 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2년 연속 주장을 맡은 한유미도 지난해의 부담을 덜고 가벼운 마음으로 팀을 이끌게 됐다.

다만 지난해에도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되던 세터들이 뚜렷한 발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겨울리그 현대건설의 성적을 좌우할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현대건설은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고교 랭킹 1위의 세터 염혜선(목포여상)을 뽑아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출 계획이지만 아직은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

현대건설 홍성진 감독은 "외국인 선수 아우리는 신장을 제외한 모든 면에서 지난해 티파니에 비해 한 수 위"라며 "선수들의 연령대가 높아졌고 양효진 등 유망주들도 성장하고 있는 만큼 해 볼 만한 전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현대건설이 새로 가세한 전력을 잘 조합해 한 단계 나은 팀으로 거듭난다면 GS칼텍스와 흥국생명 간의 2파전으로 예상되는 겨울리그 여자부 판도에도 큰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양산연합뉴스) 진규수 기자 nicemasar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