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스터가 본 서점 풍경
20대 남성은 주식 관련서 관심높아


경제·경영서를 찾는 독자층이 다양해지고 있다. 흔히 경제·경영 코너에는 화이트칼라 직종의 남성 독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만,현장에서는 20대 여성 독자들을 더 많이 접한다. 20대 여성이 전체 경제·경영서 구매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서점에서 독자들을 살펴보면,20대 여성 독자들은 자기계발서와 재테크 관련서를 꼼꼼히 비교하고 분석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이 장면을 보면 '요즘 20대 여성들은 살림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재테크는 결혼 후 혹은 30대에 시작하면 된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었지만,최근 불경기 여파로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20대까지 확대됐다.

20대 남성 고객들은 주식 관련 도서에 관심이 많다. 대학생 2~3명이 주식 관련 도서를 보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도서 구매 주계층인 20대의 경우 여성과 남성 비중이 60%와 40%를 차지해 여성들의 관심이 뜨겁다는 것도 알 수 있다. 20대 전체 독자로 보면 핵심 인재가 되기 위한 자기계발서에 관심이 많다. 특히 공부법,몰입법에 관한 책을 많이 찾는다.

20대 여성과 비슷한 규모의 구매력을 보이는 독자층은 30대 남성 독자다. 대부분 직장인들로 폭넓은 독서를 하고 있지만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분야가 몇 가지 있다. 소통기술,리더십,경영철학,경제 트렌드,마케팅 등 업무에 필요한 도서들이다. 그 외 생계와 관련이 있는 경제학,미래학,부동산,주식 등의 도서를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업무 관련 서적을 우선적으로 보는 탓에 인문 교양서적 등의 폭넓은 독서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또 30대 독자들은 중간관리자로서 자기 역할에 맞는 도서를 찾고 있다. 조직이 딱딱한 수직관계보다 수평관계로 바뀌면서 격의 없고,솔선수범하고,변화하는 리더십상을 다룬 책들을 주로 고른다.

책읽기에 가장 적극적인 연령대는 40대 이후 독자들이다. 신문에 실린 도서 리뷰 기사를 스크랩해 와서는 도서의 위치를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 후보 도서들을 몇 종 지정해 두고 목차를 비교하며 꼼꼼하게 확인하기도 한다. 주로 찾는 도서들은 미래학,금융,주식,평전,심리학,유머 관련서들.다독가들은 혼자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좋은 책을 주위 사람들에게 권장하거나 인터넷에 서평을 올리는 형태로 '생활속의 독서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엔 경제·경영과 다른 분야의 장르가 접목돼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시 읽는 CEO≫ ≪딜리셔스 샌드위치≫ 등이 큰 인기를 끌면서 독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채우고 있다. 그에 반해 스토리텔링류의 도서들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 예전에 스토리텔링류가 있던 자리를 '인문+경영' 등 장르를 넘나드는 도서들이 메우는 일은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 같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미래학 분야의 도서를 찾는 독자들도 늘고 있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인지 ≪조지 소로스,금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 ≪화폐전쟁≫ 등이 인기다. 고유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에너지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 ≪석유없는 삶≫ ≪에너지 전쟁≫ ≪자원전쟁≫ 등에 대한 문의가 많다.

서점에 오면 요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고들 하는데,특히 경제·경영서의 경우 한국경제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것 같다. 요즘같이 어려운 때 많은 이들이 책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불경기를 지혜롭게 극복할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

정영미 교보문고 광화문점 북마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