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 < 서강대 교수ㆍ경제학 >

다트머스대학은 미국이 대영제국 지배 하에 있을 때 영국 정부로부터 설립인가를 받고 1769년 뉴햄프셔주에 세워진 사립대학으로서 미국에서 8위로 평가된다. 미국 독립 이후 1815년에 뉴햄프셔주 주정부는 좋은 주립대학을 갖기를 갈망하는 여론을 등에 업고 다트머스 대학을 주립대학으로 접수했다. 주 정부는 새로운 국가가 출현했으므로 과거 대학이사회가 대영제국과 맺었던 계약 자체는 무효가 된다고 공표하고 개방형 이사를 선임하고 추가로 감독위원회를 설치했다.

다트머스대학 이사회는 이러한 주정부의 조치가 '계약관계의 존중'이 명시된 미국헌법에 위배됨을 지적,주법원에 제소했다. 주고등법원에서 패소했지만 항소해 주정부와 여론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1819년 연방대법원은 다트머스대학 이사회의 손을 들어주었다. 당시 대법원은 민간부문에 주어진 어떠한 계약도 정부가 그 권리를 침해할 수 없도록 명시된 미국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민간부문의 계약이 어떠한 경우에도 존중돼야 하며 심지어 체제가 변하더라도 침해받아서는 안된다는 정신을 반영한 것이다.

이 판례는 미국에서 개인의 자유,재산권 보호 및 계약관계의 존중에 대한 확고한 법적 토대가 됐으며 그 후 재산권 보호와 계약에 관련된 중요 판결의 기초가 됐다. 이 같은 재산권과 계약관계의 존중에 대한 철저한 보호는 모든 사회 경제적 행위에서 발생하는 계약관계에 대해 불확실성을 없애주었다. 나아가 자유로운 민간투자를 이끌어내는 환경과 질서를 마련해 주었고 오늘날과 같은 미국경제의 지속적 성장과 사회발전에 기여했다.

한 국가가 지속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업과 교육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 정부가 시장의 실패 우려와 공익을 내세워 민간부문의 투자에 대해 '제대로 하지 않거나 않을 것 같은' 기업이나 학교에 간섭한다면 민간투자는 위축될 것이고 성장도 저하될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이로 인해 위축된 민간 기능을 대체할 수 없음은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시장의 실패'보다 더 큰 '정부의 실패'를 야기한 사회주의국가들의 경험에서 확인한 바 있다. 물론 민간부문의 명백한 위법행위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해야 하고 이를 처벌해야 함은 정부와 사법부의 고유한 임무다.

하지만 애매모호한 '공익'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민간부문의 활동을 침해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민간의 계약관계가 제대로 보호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정부정책의 실효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정부는 자율형 사학 육성을 근간으로 하는 교육정책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국가의 권력이 민간의 계약관계를 과도하게 침해할 가능성과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민간으로부터 교육에 대한 자발적인 투자를 얼마나 이끌어낼지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고유가와 미국발 금융 위기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가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특히 최근 우리 경제의 성장률 둔화 속에 소득의 양극화,실업,복지 등 많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성장의 재점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위축된 투자를 끌어올리고 해외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며 이는 투자환경을 개선함으로써 가능하다는 데도 이견이 없다.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은 불확실성 제거에 있다. 개인의 재산권 보호와 계약관계의 존중이 어떠한 경우에도 보장되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내외적으로 도전에 직면한 우리 국민경제를 다트머스 판례에서 보듯이 개인의 재산권 보호와 계약관계의 존중을 통해 지속적인 투자를 이끌어내고 성장엔진을 재점화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