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휴가의 미학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우리의 휴가 문화는 상당히 척박하다고 할 수 있다. 1년 중 마음 편히 휴가를 쓸 수 있는 기간은 여름 한 시즌일 뿐 아니라,일주일 이상의 휴가는 많은 눈치를 보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유럽 선진국처럼 한 달씩 휴가를 이용,멀리 떠나는 것은 우리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다. 그런 가운데서도 일정한 목표를 가지고 보름 정도만이라도 휴가를 쓸 수 있는 직장인이 있다면 그야말로 부러움의 대상이리라.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전문적으로 인터뷰했던 친구의 이야기를 기억한다. 어떤 CEO는 휴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획기적 제도를 고안,기업문화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는 얘기다. 그 주인공은 본래 대기업에 근무하다가 월급쟁이 천국이 되는 회사를 꿈꾸며 현재의 회사를 설립했다고 한다. 그리고 회사설립 10년 후,설악산으로 안식휴가를 떠나 42일간 설악산에서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으며 2~3시간씩 산책을 하고,인도도 다녀왔다. 그가 회사에 복귀했을 때는 경영성과가 전보다 개선됐고 이를 계기로 이 회사는 직원으로 10년,임원으로 5년 이상 근무하면 2개월간의 '유급안식휴가'를 쓰게 했다고 한다.
주5일 근무제 도입으로 우리의 여가문화에 혁명적 변화가 찾아왔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 내용을 보면 여전히 아쉬운 구석이 많다. 최근 여가경영학이라는 분야가 새로운 학문으로 여겨질 만큼 '잘 쉬고 잘 노는 것' 또한 새로운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조류가 보편적 문화로 정착되려면 조직 수장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리라.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의 노동시간이 가장 길지만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창조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한 전문가의 지적이 떠오른다. 삶이 재미있어야 창조성이 발현되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적당하게 일하고 좀 더 느긋하게 쉬어라.현명한 사람은 느긋하게 인생을 보냄으로써 진정한 행복을 누리는 것이다"라는 발타자르 그라시안이 남긴 말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보면서 여름을 마감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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