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부동산 경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시장에서 팔리지 않은 물건들이 대거 경매시장으로 넘어오면서 값싸게 좋은 물건을 건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실제 올 들어 최초 감정가 대비 낙찰금액 비율인 낙찰가율은 하락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요즘 같은 때 경매시장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흙 속의 진주'를 발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경매 물건 쏟아져

30일 경매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전국 법원에 경매로 나온 아파트，연립ㆍ다세대주택은 모두 9702건으로 1만건에 육박했다. 지난 달 5월의 7086건에 비해서도 37% 급증했다.

월별 기준으로 상반기 최대치를 기록했던 4월 7339건에 비해서도 32% 늘어난 물량이다. 특히 법원경매로 나온 아파트는 6월 7654건으로 지난 5월의 5199건보다 무려 47%나 늘었다.

이처럼 빚을 못갚아 경매처분되는 부동산이 늘어나면서 경매물건의 낙찰가율도 떨어지고 있다. 전국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지난 4월 87.86%에서 6월에는 82.20%로 떨어졌다. 연립ㆍ다세대주택도 같은 기간 107.06%에서 100.22%로 하락했다. 특히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평균은 89%로 전년 동기(92.8%)에 비해 3.8%포인트 떨어졌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도봉ㆍ중랑ㆍ노원구 일대는 대부분 3억원 이하의 덩치가 작은 물건이 많아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하다"며 "유치권지상권 등 권리분석만 철저히 하면 의외로 좋은 물건을 값싸게 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은마 34평 다음달 8억원에 경매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은 다음 달 경매 예정인 수도권 부동산 가운데 권리 관계 파악이 쉬운 28개를 추천했다. 이 가운데는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추진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있다. 전용 95㎡(공급면적 34평형) 11층 물건이 다음 달 5일 8억원에 경매된다.

감정가는 10억원.은마아파트는 총 가구수 4424가구의 대단지다. 지하철 3호선 대치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롯데백화점，경희대한방병원，하이마트 등 편의시설과 경기여고，개원중，대청중，대현초교 등 학교가 인근에 있다.

강남권과 가까운 동작구에서는 흑석동 한강현대아파트가 경매시장에 선보인다. 8층에 있는 전용 83㎡(32평형)이 내달 6일 4억9600만원에 나온다. 감정가는 6억2000만원이다. 인근에 지하철 9호선이 개통될 예정이며 중앙대부속중，흑석초교，중앙대부속초교，은로초교 등이 있다.

도심 인근에서는 중구 중림동 삼성사이버빌리지 아파트 전용 115㎡(44평형)이 8월 6일 경매된다. 감정가 7억8000만원，입찰가는 6억2400만원이다. 총 1067 가구의 대단지로 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이 걸어서 5분 거리다. 갤러리아백화점，삼성플라자，아현시장 등이 인근에 있다.

경기도 경매 물건으로는 부천시 상동 삼성래미안 전용 85㎡(34평형)이 있다. 감정가 4억원짜리가 다음 달 7일 입찰가 2억8000만원에 나온다. 현대백화점，홈플러스，부천체육관 등 편의시설이 인근에 있다.

◆직접 시세 조사해 입찰금 써야

법원경매는 경매 당일부터 2주 전에 대법원 경매정보 홈페이지(www.courtauction.go.kr)에 경매 물건 목록이 나오면서 시작된다. 2주 동안 낙찰받고 싶은 집을 집중 분석할 시간이 있다. 경매의 기본은 권리분석이다. 요즘은 경매정보업체에서 권리분석 자료를 제공하지만 100% 정확하지는 않다.

따라서 본인이 응찰하고자 하는 물건은 반드시 직접 모든 서류를 발급받아 다시 확인해야 한다. 확인해야 할 서류는 △등기부등본 △건축물관리대장 △토지대장 △지적도 △토지이용계획서 등이다. 현장답사도 무조건 해야 한다. 특히 주변 환경，편의시설，조망권，교통 여건 등은 물론 시세까지 확인해야 한다.


경매부동산의 감정가는 실세 시세와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본인이 조사한 시세를 기준으로 입찰금액을 산정해야 한다. 경매 당일에 해당 물건이 경매에 부쳐지는지도 최종 확인해야 한다. 경매취하나 변경 등으로 경매가 취소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경매 초보자가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것은 바로 명도다. 명도는 한마디로 살고 있던 사람을 내보내는 것이다. 수천만원씩 전세보증금을 날리고 쫓겨나는 세입자의 경우 저항이 만만치 않다.

법원을 통해 강제로 내보내는 방법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약간의 이사비를 주고 합의를 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강제집행을 하더라도 어차피 비용이 들기 때문에 그 비용 한도로 합의를 보면 이득이기 때문이다.

초보자들은 컨설팅회사에 경매를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컨설팅회사는 권리분석을 해주고 물건에 대한 적정가 평가를 도와준다. 낙찰가의 1% 정도를 수수료로 내야 하지만 경매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