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전쟁'

올림픽 테니스센터는 그 어느 종목 못지 않는 세계적인 스타들의 경연장이 될 전망이다.

남녀 프로투어 세계 톱 랭커들이 거의 빠지지 않고 나와 자국의 명예를 걸고 실력을 겨루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미국 경제전문잡지 포브스가 발표한 여자 스포츠선수 수입랭킹 1위부터 4위까지를 테니스 선수가 휩쓴 것만 보더라도 '스타 워즈'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다.

남자부의 경우 세계랭킹 1위부터 3위까지인 로저 페더러(27.스위스), 라파엘 나달(22.스페인), 노박 조코비치(21.세르비아)의 3파전이 예상된다.

234주 째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페더러는 두 말 할 필요가 없는 우승 후보고 올해 세 차례 메이저 대회 가운데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을 제패한 나달과 호주오픈 챔피언 조코비치 역시 금메달 후보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최근 추세만 보면 단연 나달의 금메달이 유력해 보인다.

프랑스오픈에서 5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윔블던에서는 페더러의 6연패를 저지하며 새로 왕좌에 등극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페더러와는 네 차례 맞붙어 모두 이겼을 정도로 강세를 보이고 있어 자신감도 하늘을 찌를 듯 하다.

그러나 페더러의 관록을 무시할 수는 없다.

윔블던 결승에서 나달에 패한 후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첫 판에 탈락하며 불안한 모습이지만 '테니스 황제'라는 호칭은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이 하드 코트에서 벌어진다는 점도 페더러에게 호재다.

비록 올해 나달에 4전 전패로 밀리고 있지만 하드 코트에서는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하드 코트 역대 전적에서 나달에 3승2패로 앞서 있고 최근 두 차례 하드 코트 대결에서는 모두 페더러가 이겼다.

우승 횟수를 봐도 페더러는 통산 55회 우승 가운데 하드 코트에서 36번 우승컵을 들어올렸지만 나달은 30번 우승했지만 하드 코트 우승은 6번 밖에 안 된다.

호주오픈 우승자 조코비치도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언제라도 페더러, 나달을 위협할 저력을 갖추고 있다.

여자부는 춘추 전국 시대다.

올해 세 번의 메이저 대회 우승이 마리아 샤라포바(21.러시아), 아나 이바노비치(21.세르비아), 비너스 윌리엄스(27.미국)로 모두 갈렸다.

게다가 2004년 아테네올림픽 단식 금메달리스트 쥐스틴 에넹(26.벨기에)은 시즌 도중 현역 은퇴를 선언해 전망이 더 어려워졌다.

일단 세계랭킹으로 보면 역시 이바노비치, 엘레나 얀코비치(23.세르비아), 샤라포바 등 1위부터 3위까지가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여기에 '흑진주 자매'인 비너스-서리나 윌리엄스의 도전이 예상된다.

그러나 테니스라는 종목의 특성 때문에 올림픽에서는 종종 이변이 일어난다.

프로 선수들이 상금이 걸려 있지 않은 올림픽에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림픽이 끝난 뒤 곧바로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오픈이 기다리고 있어 출전했다는 생색만 내고 US오픈 준비에 들어가는 선수들도 꽤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당시 랭킹 14위였던 니콜라스 마수(칠레)가 남자 단복식 2관왕에 오를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미국 스포츠전문 주간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28일자를 통해 테니스 남녀 단식 금메달 후보로 페더러와 비너스 윌리엄스를 꼽았지만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한편 한국 선수로는 이형택(32.삼성증권)이 유일하게 남자 단식에 출전한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는 윤용일과 함께 복식에만 출전했고 2000년에는 단-복식, 2004년과 이번 대회에는 단식에 출전하며 4회 연속 올림픽에 나서게 됐다.

또 여자 복식에서는 아시아권 선수들의 금메달도 예상된다.

실제 2004년 아테네 여자복식 금메달은 중국이 가져갔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중국의 얀지-정제 조가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고 있고 대만의 추앙치아정-챈융잔 조도 금메달을 노리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평이다.

베이징올림픽 테니스는 8월10일부터 17일까지 1주일간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