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장관 고시가 26일로 발효 한달을 맞는다.

육류 수입업체들은 고시 발효 직후 국내에 보관중이던 미 쇠고기에 대해 검역을 신청하고 직영 정육점 등에서 판매를 시작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그러나 광우병 논란이 불거진 이후 대형마트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취급하지 않고 있는 데도 한우를 포함한 전체 쇠고기 매출은 계속 줄어드는 등 소비자들의 쇠고기 불신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대형 유통업체와 외식업체들도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나서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반응이다.

◇ 미 쇠고기 판매 확대..새 도축 물량 반입 임박 = 새 수입조건에 따른 검역을 통과한 미 쇠고기는 이달 1일 수입업체 에이미트의 직영 정육점을 시작으로 일반에 판매되기 시작한 뒤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한국수입육협회는 24일 현재 108개 회원사 중 30여곳에서 직영 정육점이나 주로 거래하는 정육점ㆍ도매상을 통해 미 쇠고기를 판매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또한 작년 10월에 국내에 들어왔다 등뼈 발견으로 발이 묶인 미국산 쇠고기 5천300t 중에서 고시발효 이후 현재까지 80% 가량이 검역을 통과했고 그 절반인 2천여t이 수입업체들에게 넘어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시중에서 판매된 양은 알기 어렵다고 협회는 전했다.

김태열 협회장은 "정확한 판매량 파악은 어렵지만 납품이 활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새 수입기준에 따라 도축ㆍ가공된 쇠고기의 수입도 임박했다
육류 수입업체 `네르프'는 한국 수출용 품질평가프로그램(QSA)에 맞춰 생산된 미국산 냉장 쇠고기 2.2t을 28일 항공기편으로 들여올 예정이다.

이번에 들어오는 물량은 한우 1-2등급에 해당하는 초이스급 쇠고기로 뼈째 썬 `LA갈비' 등 갈비가 대부분이다.

뼈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에 들어오는 것은 2003년 12월 이후 4년7개월여 만의 일이다.

이 쇠고기는 내달 10일께면 검역을 마치고 시중 유통이 가능해질 전망이며 가격은 100g당 1천500-1천700원 선으로 돼지고기 삼겹살과 비슷하거나 더 저렴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네르프는 이후 배편으로 180여t을 추가로 들여올 방침이며 이밖에 `하이푸드' 등 육류수입업체 상당수가 새 기준에 따라 도축된 뼈있는 쇠고기를 항공편과 배편으로 수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쇠고기 매출 하락세 여전 = 이처럼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확대되고 수입업체들도 추가 수입을 서두르고 있지만 정작 쇠고기 전체 매출은 내림세다.

고시 철회 요구 시위가 계속 이어지는 등 미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한우 매출은 7월 1일부터 23일까지 작년 동기 대비 19%가 줄었다.

작년 동월 대비 매출 증가율 추이는 4월 9%에서 5월 -6%, 6월 -11%로 하락했는데 매출 하락폭이 점점 늘고 있는 실정이다.

호주산 수입 쇠고기의 월별 매출신장률도 4월 14%, 5월 -1%, 6월 -3%, 7월(23일까지) -10% 등으로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한우 1등급 등심(100g)가격은 3월 6천550원에서 4월 6천450원, 5월 6천250원으로 떨어진 뒤 지금까지 계속 그 가격을 유지하고 있으며 1등급 안심(100g) 역시 3월 6천450원, 4월 6천350원, 5월 이후 6천150원으로 계속 하락세다.

호주산 척롤 100g가격도 3월 1천580원에서 현재 1천480원으로 하락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처럼 전반적인 쇠고기 매출이 떨어진 것은 원산지와 관계 없이 쇠고기의 안전성 자체를 소비자들이 확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싼 가격을 내세워도 과연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입업계 `자정노력'..효력은? =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촛불시위로 확산되자 수입업계는 업계 협의체인 `한국수입육협회'를 출범시키고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겠다며 여론 무마에 나섰다.

협회는 5월 4일 14개 업체 대표가 모여 업계 의견을 대변할 단체의 필요성을 논의하면서 태동했으며 수입조건 추가협상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달 20일에는 120개 업체 동의 하에 30개월 미만 쇠고기는 업계 차원에서 수입하지 않겠다며 `자율결의' 성명을 발표했다.

15일에는 한냉상사, 이네트, 등 108개 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창립총회를 열어 ▲정부가 금지한 4개 부위는 수입하지 않고 ▲유통이력시스템 등 정부 방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한편 ▲금지부위를 수입해 관세청 등에서 적발된 업체는 협회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500여곳에 이르는 육류 수입업체 가운데 협회 회원사가 일부에 불과하고 주요 미 쇠고기 수입업체 중에서도 불참 업체가 있어 이같은 `자정노력'이 효과를 거둘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육류수입업계 내부에서도 QSA나 강제력 없는 자율결의만으로는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를 완전히 통제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협회에 참여하지 않은 한 수입업체 대표는 "협회차원의 조치도 강제력이 없어 한계가 있고 QSA도 완벽한 통제수단이 아니다"라며 "수입물량에서 SRM 부위라도 발견되면 업계 전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형마트ㆍ외식체인 `관망' = 이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소비자들이 대형마트나 유명 외식체인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구경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주요 유통ㆍ외식업체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ㆍ유통 재개에도 당분간 미국산 쇠고기를 취급하지 않겠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미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해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 판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롯데리아,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 대형 패스트푸드ㆍ패밀리 레스토랑 체인들도 기존에 사용하던 호주ㆍ뉴질랜드산을 미국산으로 바꿀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일단 일반 식당과 정육점 등을 중심으로 판매를 시작한 만큼 점차 미 쇠고기 판로가 확대될 것이란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유통ㆍ외식업체들은 일단 미국산 쇠고기를 취급하지 않겠지만 어느정도 비판여론이 누그러지고 수요가 생길 경우 미 쇠고기 판매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를 아예 취급하지 않겠다는 얘기는 아니다"라며 "미 쇠고기 구입을 원하는 고객도 있는 만큼 판매 여부를 저울질해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