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고유가.고물가 속에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지름신'에서 '짠돌이'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명품 붐에 힘입어 백화점의 강세가 두드러진 반면 서민 소비 위축으로 재래 시장의 부진은 더 심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신세계가 23일 전국 7개 신세계백화점과 114개 이마트의 상반기(1~6월) 소비 패턴과 각 부문의 마케팅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비 양극화(polarization) 심화 △계획 구매(planned purchase) 증가 △PL(자체상표=PB) 상품 매출 확대 △인구.세대가 밀집된 포켓(pocket) 상권 점포 강세 등 이른바 '4P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신세계는 소비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져 소득계층 간,백화점 및 대형 마트 등 기업형 유통업체와 재래시장 간 극심한 소비 편차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상반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9%,이마트는 7% 신장했지만 서민들이 주로 찾는 재래시장은 물가 폭탄의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또 가격에 구애받지 않는 고소득층과 가격에 민감한 서민층의 소비 행태가 확연히 구분된다.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매출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지난 4월 30%,5월 38%,6월 46%로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특히 연간 1500만원 이상 구매하는 'VIP 고객'이 작년 상반기에 비해 35%나 증가했다.

일단 사고 보자는 '지름신'(충동 구매) 행태에서 '짠돌이'(계획 구매)로 변모하는 양상도 눈길을 끈다. 이마트의 행사 전단 상품 매출 비중은 작년 4월 15.4%였지만 올 4월 행사에선 12.8%로 낮아졌다. 이는 전단 상품에 가격 메리트가 큰 '미끼 상품'을 넣어도 소비자들이 꼭 필요치 않으면 사지 않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PL상품은 일반 브랜드(NB)에 비해 가격이 20~40%가량 저렴하면서 품질이 높아져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마트의 PL상품 매출 비중은 지난 1월 11.3%에서 6월에는 19.7%로 뛰었다. 이 중 PL가공식품(양조간장,조미료 등) 브랜드 '베스트 셀렉트'의 상반기 매출은 42.1%나 급증했다.

이 밖에 원거리보다는 근거리 점포 선호 현상으로 이른바 '포켓 상권'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상권 밀집 지역에 있는 이마트 산본.동백.광명.수서점 등은 상반기 10% 안팎의 매출 신장률을 보인 반면 양재.창원.부산 사상점 등 시 외곽의 점포들은 거꾸로 3~5%가량 매출이 줄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