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제137회 브리티시오픈이 올해도 궂은 날씨로 `자연과 싸움'을 예고하며 선수들을 괴롭혔다.

하지만 `탱크' 최경주(38.나이키골프)는 강풍을 동반한 비 속에서도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한동안 부진을 씻고 우승자에게 주는 `클라레 저그'를 노릴 만한 선수임을 보여줬다.

최경주는 18일(이하 한국시간) 잉글랜드 사우스포트 로열버크데일 골프장(파70.7천180야드)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를 버디 2개, 보기 4개를 묶어 2오버파 72타로 마치며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15위에 자리했다.

일반 대회라면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는 성적이지만 강한 바람과 거친 러프, 깊은 벙커로 무장한 링크스 코스에서는 상위권을 충분히 바라 볼 수 있는 타수.
한달전 US오픈에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명승부를 펼친 끝에 준우승을 차지한 로코 미디에이트(미국)를 비롯해 그레임 맥도웰(북아일랜드), 로버트 앨런비(호주)가 1언더파 69타로 선두 자리를 꿰찼다.

왕년의 테니스 스타 크리스 에버트와 결혼으로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는 그렉 노먼(호주)이 이븐파 70타로 공동 4위에 올라 노익장을 과시했고 레티프 구센(남아공), 짐 퓨릭(미국), 마이크 위어(캐나다)등이 1오버파 71타로 공동 7위에서 선두권을 추격했다.

최경주는 티샷과 아이언샷이 마음 먹은대로 떨어지지 않았지만 정확한 퍼트로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

1번홀에서 출발한 최경주는 4번홀(파3)에서 4m짜리 버디 퍼트를 떨어뜨린 뒤 바로 다음 홀(파4)에서 1타를 잃어 버렸다.

6번홀(파4)에서도 보기 위기를 맞았지만 먼 거리 퍼트로 파 세이브에 성공했고 전반 남은 홀에서도 결코 쉽지 않은 파퍼트를 집어 넣었다.

하지만 후반에 들면서 퍼트 성공률이 떨어진 것이 아쉬웠다.

10번홀(파4)에서는 한 걸음 거리 퍼트를 넣지 못해 보기를 하고 버디를 노린 퍼트가 홀을 외면하면서 후반에만 보기 3개, 버디 1개로 2타를 잃어 버렸다.

최경주는 "1999년 커누스티에서 열렸던 대회 3라운드 이후 가장 힘들었던 날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최경주는 81타를 쳤다.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기도했다는 최경주는 "후반에는 바람이 너무 불어 평정심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특히 10번홀에서는 165야드를 남기고 3번 아이언으로 쳤는데도 30야드가 짧았다"고 털어 놓았다.

시즌 초반 소니오픈을 우승한 뒤 성적이 부진했던데 대해 최경주는 "백스윙에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스티븐 밴 코치와 함께 열심히 연습해 이제는 자신감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한 재미교포 앤서니 김(23.나이키골프)도 버디 3개에 보기 5개를 묶어 2오버파 72타로 최경주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작년 대회 우승자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은 손목 부상 때문에 경기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지만 출전했다.

해링턴은 보기 6개, 버디 2개를 곁들여 4오버파 74타를 쳤지만 좋지 않은 컨디션 속에서도 공동 38위에 오르는 선전을 펼쳤다.

작년에 해링턴과 연장 승부를 치렀던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2오버파 72타로 공동 15위.
우즈가 빠진 가운데 우승 후보로 꼽혔던 다른 선수들의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2002년 대회 우승자 어니 엘스(남아공)는 18차례 이 대회에 출전하는 동안 가장 나쁜 10오버파 80타를 적어냈고 비제이 싱(피지)과 존 댈리(미국)도 엘스와 함께 공동 136위에 올랐다.

2인자 필 미켈슨(미국)도 버디는 1개에 그치고 트리플보기 1개, 보기 7개를 쏟아내며 9오버파 79타로 공동 123위까지 처졌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