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동네에서 2만원에 판매하는 영양제를 어떻게 8만원에 팔겠습니까. 발표 전에 한 번만 더 확인했으면 2만 약사들이 파렴치범으로 몰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한 약사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최근 한나라당 임두성 의원이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지난 3일 발표한 '2007년 하반기 서울시 일반의약품 판매가격 조사' 때문이었다.
내용은 이랬다. 강서구의 한 약국에서 1000원에 판매하는 조선무약의 '솔표 우황청심원액'을 광진구의 모 약국에서는 5000원에 판다는 것.동화약품의 간장약인 '헬민'은 최저가(2만원)와 최고가(8만원) 차이가 4배에 달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보도를 접한 시민들은 "약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흥분했다.

그러나 사실은 달랐다. 헬민은 200캡슐짜리와 60캡슐짜리를 맞비교했고,솔표 우황청심원액은 지역 보건소로부터 판매가격 문의를 받은 한 약사가 더 많은 약재를 함유한 다른 제품과 혼동한 탓에 '한병에 5000원'이란 가격이 나온 것이었다. 사소한 실수 탓에 오보가 양산된 셈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임 의원 측과 복지부는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임 의원 측은 "정부가 공식 조사한 만큼 의심하지 않았다"며 "복지부 자료에는 헬민 조사 대상이 모두 200캡슐로 기재됐다"고 밝혔다. 반면 복지부는 "자료를 보낼 때 헬민의 일부 조사 대상은 60캡슐로 명기했다"며 "우황청심원액의 경우 해당 약사가 혼동한 탓에 생긴 오류인 만큼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임 의원과 복지부가 지역별 의약품 가격을 공개한 것은 1999년 '의약품 판매자 가격표시제' 시행 이후 약국별 가격 차이를 알 수 없게 된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일부 약값이 2배 이상 차이나는 탓에 '바가지를 썼다'고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의도였더라도 근거는 명확해야 한다. 부정확한 자료에 근거한 공개는 '억울하게 돌을 맞았다'는 약사들의 반발만 부를 뿐 시민들의 호응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상헌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