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하강.인플레 위험에 금융위기 지속..달러화 최저치 추락

경제전망 불안에 다우지수 11,000선도 깨져

미국 경제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주택시장의 침체 속에 쌓인 모기지 부실이 금융기관의 손실로 이어지고 양대 국책 모기지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긴급구제책까지 나왔지만 신뢰성이 손상된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은 쉽게 잠재워지지 않고 있다.

또 경기하강 위험은 커지는 가운데 고유가 등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은 높아지고 미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도 둔화되는 등 사방에서 타격의 신음이 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2년만에 11,000선이 무너져 경제 심리를 더욱 냉각시키고 있다.

◇ 미 경제 "수많은 어려움 직면" = 이날 발표된 미국의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에너지와 식품가격 급등 영향으로 1.8% 상승하면서 7개월 여 만에 가장 큰 월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1.4%도 웃돌았다.

6월 PPI는 지난 1년간 동안 9.2%나 급등, 지난 1981년 6월 이후 27년여 만에 가장 빠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상무부가 내놓은 6월 소매판매도 0.1% 상승에 그쳐 지난 2월 0.2% 감소세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3.3%나 감소한 자동차 판매를 제외한 소매판매 역시 0.8% 상승에 불과, 3개월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버냉키 의장은 미국의 현재 실업률이 5.5%이고 올해 들어 5개월간의 인플레이션율은 연간 기준으로 3.5%에 이르고 있다며 휘발유와 다른 에너지 가격상승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고용시장 위축과 물가상승 위험을 우려했다.

◇ 진화되지 않는 금융위기 우려 = 미국 부동산시장을 지탱하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유동성 우려는 정부의 긴급구제책 발표 이후에도 가시지 않으면서 금융시장 불안을 지속시키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까지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진정시키기 위해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부시 대통령이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에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긴급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줄 것을 촉구하고 경제 전망에 대한 확신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뉴욕 증시는 다우지수가 11,000선 밑으로 떨어지는 등 하락했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은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자본조달력의 한계와 신용손실 증가 가능성을 들어 재무건전성 등급을 하향 조정한 가운데 27%와 26% 떨어지며 폭락세를 이어가 정부의 대책과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무색케 했다.

무디스는 패니메이의 재무건전성 등급을 'B'에서 'B-'로, 프레디맥은 'B+'에서 'B-'로 내리고 다른 등급의 추가 하향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주 영업정지까지 갔던 인디맥 뱅코프에서 돈을 인출하기 위해 장사진을 친 고객들의 모습을 전하면서 금융권에 대한 신뢰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고 이날 전했다.

바클레이즈 글로벌 인베스터의 투자전략 책임자인 러스 쾨스터리히는 블룸버그 통신에 "우리가 다방면(multiple sides)에서 타격을 받고 있다"며 경제가 악화되는 증거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국제유가 급락..달러화 사상 최저치 추락 = 미 경제전망에 대한 우려 속에 석유수요 감소 전망으로 국제유가는 급락하고 달러화 가치는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날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8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장 초반 전날 종가에 비해 9.26달러, 6.3% 급락한 배럴 당 135.92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WTI는 또한 이날 거래를 전날에 비해 6.44달러, 4.4% 급락한 배럴 당 138.74달러에 마감, 지난 1991년 1월 이후 하루 최대 낙폭을 나타냈다.

유가 급락은 물가 상승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미 경제에 한줄기 빛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미 달러화 가치의 추락으로 유가 하락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고, 달러화 가치의 추락은 미국의 수출 경쟁력은 높일 수 있지만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 달러화는 유로당 1.6037달러에까지 거래돼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그 가치가 최저치로 떨어졌다.

◇ 뾰족한 대책이 없다 = FRB는 경제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없는 상태이다.

이자율을 더 낮출 여지는 없고 고작 국민이 낸 세금으로 주택 건설을 독려할 수 있을 뿐이다.

은행들이 신뢰를 잃어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막을 수도 없다.

부시 대통령과 버냉키 FRB 의장 등은 미국 금융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건전하다는 입장이지만 경제 실상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지는 못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15일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마술 지팡이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 정부가 처한 상황을 솔직히 표현했다.

버냉키 의장도 이날 상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미 경제가 금융시장의 지속적인 신용경색과 더불어 실업률 상승과 주택시장 문제 등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은 특히 미국의 경제 성장 전망에 심각한 햐향 리스크가 있고 물가 상승 위험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의 이런 발언은 성장의 위험이 다소 감소했다고 평가했던 기존의 입장을 바꾼 것으로,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긴급구제책까지 마련하게 되는 상황으로까지 금융시장의 어려움이 커지고 물가상승과 소비 둔화, 고용사정 악화 등 경제의 각종 위험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어려운 사정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지지도 바닥 = 전쟁 장기화에 겹쳐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부시 대통령과 미 의회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가 여전히 바닥을 헤매고 있다.

최근 AP통신과 입소스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16%만이 미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달 17%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부시 대통령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28%로 지난 4월 조사 때와 같았다.

의회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더 나쁘다.

응답자의 18%만이 의회가 하는 일에 만족한다고 대답, 지난달에 비해 5% 포인트 낮아졌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